탯줄부터 돈다
- 국립박물관 나한전
나 숙 자
나를 찾기 위해
아라한의 둘레를 돌고 돌고
공감, 사랑, 화, 슬픔 속 나는
어디 있는가
오백 년 만에 빛을 안는다 짠하다
목이 잘린 고통
팔이 잘린 시간
그 모든 것이 화엄의 세계라고
순간순간을
미소로 말하는 그들
오백 아라한
내 미소는 어떤 걸까
나를 볼 수 없어
탯줄부터 돈다.
나숙자
1951년 전남 나주출생. 문예사조로 등단. 시집에 ‘작은 자유를 위하여’ 외 다수. 영랑문학상 수상, 여덟 문인 미술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