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서
김 규 성
딸아이가 기르는 고양이하고 논다
고양이는 사냥감을 쫓고 나는 또
그것을 감추는 놀이인데
장난감은 마냥 쫓기면서도
숨은 척 하며
고양이의 눈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놀아주다가
어느새 함께 논다
방안은 온통 놀이터고
벽시계 초침 소리도 고수가 되어
함께 어울려 논다
지구를 고양이 눈에 싣고
별세계로 휴가를 온 것일까
새로 산 티비는
저만큼 떨어져 혼자 떠들고 있다
1950년 전남 영광출생, 2020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 ‘신이 놓친 악보’, ‘시간에는 나사가 있다’와 산문집 ‘산들내 민들레’, ‘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