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화성시 화옹지구에서 발견되면서 화성시와 수원시 양 지자체 간 ‘수원 군공항’ 이전을 놓고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화성시는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만큼 군공항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원시는 재검토는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화옹지구는 2017년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곳이다.
29일 화성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특집 다큐멘터리 촬영차 화성습지를 찾은 KBS 1TV '다큐ON' 제작팀 카메라에 화옹지구 7공구 근방에서 서식하는 수원청개구리가 포착됐다.
촬영팀이 습지에 사는 금개구리, 뱀 등 양서·파충류를 화면에 담는 과정에서 수원청개구리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수원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종이자 수원시를 대표하는 종으로, 지난 2012년 양서류로는 처음으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됐다.
화성시에서 수원청개구리가 공식적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군공항 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대학교 생물자원환경연구소 이상철 박사는 “화성습지에서 국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된 만큼, 어떤 사업이든지 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 등은 2019년 4월 학술지를 통해 “수원청개구리 서식지인 경기 시흥과 파주, 충남 아산, 충북 충주, 전북 익산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해 이들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보호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안에 수원청개구리가 멸종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더욱이 화옹지구를 비롯해 매향리 갯벌, 화성호 일대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화성습지는 특유의 독특한 생태계를 자랑하는 등 보존가치가 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화성시는 “수원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지정될 당시, 화옹지구의 환경적 가치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철회는 물론 화성습지의 보호지역 지정 및 람사르습지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시는 오는 12월에는 국제철새보호기구(EAAFP)와 함께 온라인 방식으로 ‘화성습지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할 예정이다.
반면,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 원점 재검토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원시는 앞서 지난해 11월 화성시의 매향리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해양수산부와 경기도에 전달한 바 있다.
화성습지가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환경단체와의 새로운 갈등 유발 등 수원 군공항을 화옹지구로 이전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청개구리를 보호할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멸종위기종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수원 군공항 이전에 관한) 정책적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화성 = 최순철·노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