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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준 불법사찰 문건, 빈 껍데기 아니면 흥신소 수준”

당사자들 SNS·언론 인터뷰 통해
“국정원의 무성의함·조악한 내용” 지적 이어져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연대 재청구 계획

 

지난 19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돌려준 불법사찰 문건을 받아든 당사자들은 “주요 내용은 다 지워진 빈 껍데기일 뿐”이라고 국정원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지속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63건의 문건 중 가장 많은 24건, 67쪽에 달하는 문건을 전달받은 배우 문성근 씨는 22일 KBS1 <시사직격>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은 나 외에도 수많은 연예인들을  좌파 성향이라 특정하고 순화 가능 여부 등급을 매겨 평가했다”라며 “그런데 가장 중요한 명단은 모두 지워져있다. 국정원에 더욱 정확한 불법사찰 정보를 촉구한다”라고 주장했다.

 

문 씨는 또  2017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자신의 알몸 합성사진을 조작해 인터넷에 유포한 일을 언급하며 “이번 문건에서 그 합성사진의 2, 3탄까지 집중 투입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내 이미지를 실추시키려 동료배우와의 외설사진을 제작해 인격과 명예를 훼손한다고 기록했다”면서 “이 모든 일이 국정원의 공작이었다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하니 처참한 심정이다. 정권의 수준이 이렇게 막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9월 국정원을 상대로 낸 불법사찰 정보 공개 소송에서 승소해 문건을 받은 명진 스님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계종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고 주지였던 나의 승적을 박탈했다. 정치세력이 조계종을 압박한 것으로 본다”라며 “나의 자료를 들여다보면 흥신소, 심부름센터보다도 저질이다. 그마저도 많은 문구가 가려져 불안전한 문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문건에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겼고, 왜 지워서 전달했는지 밝힐 것이다”라고 전했다.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문건 5건을 전달받은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막상 열어보고는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다 알려졌던 자료 몇 가지에 대해서만 주고, 거기서도 대부분의 내용을 다 지워버렸다”며 “심지어 그 문건 안에는 제 이름도 없다. 이 문건은 누구 이름을 붙여 ‘당신의 자료다’라고 내놔도 될 정도”라고 했다.

 

주진우 기자는 “2011년 시작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일행의 미국 방문을 감시하고 비즈니스석 탑승, 명품 핸드백 착용 등을 기록했다. 이후 우리의 미국행을 문제 삼는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며 “불법사찰이 여론전으로 이어진 정황이다. 국정원이 보도 내용을 기획한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정원으로부터 총 3건의 문건을 전달받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건 국정원이 원하는 것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부실한 불법사찰 문건 공개에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앞으로 곽노현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 공동대표 등과 연대해 지속적으로 정보 공개 청구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의 요청에 따라 지난 19일 총 12명에게 63건의 문건을 전달했다. 국정원은 현재 전담 부서를 구성해 정보공개 청구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1월 사찰 정보 공개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지금까지 총 15명에게 불법사찰 문건 115건을 돌려줬다.

 

그러나 일부 문건은 요청 이유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아예 주지 않거나, 공개한 문건에서도 국가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주요 내용을 삭제한 채 발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