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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한일전] “고마워요 G.G. 사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

일본, 미국과 져주기 게임으로 대한민국 선택
약속의 8회, 4점 뽑아내며 6-2 승리
이승엽, 2점 홈런으로 부진 탈출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할 상대이다.

 

1945년 8월 15일 고대하던 독립을 맞이한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만행을 잊지 않았고, 이런 마음은 우리 문화 곳곳에 퍼졌다.

 

총성 없는 전쟁인 스포츠, 특히 국가대항전은 나라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다. 그중 한일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기다.

 

3·1운동 102주기인 2021년, 평생의 숙적 일본을 꺾은 대한민국의 경기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당시 경기를 본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경기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겐 긍지를 줄 이야기를 꺼내본다.

 

 

◇약속의 8회, 짜릿한 역전으로 결승에 진출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2008년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야구는 2020년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에서 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은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업적이다. 숙적 일본을 포함해 미국, 쿠바 등 강자들을 차례로 꺾으며 9전 전승으로 완벽한 우승을 일궈낸 대한민국 대표팀. 많은 드라마 같은 경기 중 백미는 한일전으로 펼쳐진 준결승전이다.

 

2008년 8월 22일 중국 우커송 야구장에서는 결승전 티켓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승부를 펼쳤다. 일본은 미국과의 져주기 게임을 통해 한국을 준결승 상대로 선택했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이승엽?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있는 타자를 4번에 계속 두고 있다니 대단하다”는 인터뷰를 하는 등 한국 대표팀을 한 수 아래로 봤다.

 

대한민국은 류현진과 함께 좌완 에이스라 불리던 김광현을 선발로 투입했다. 일본 역시 한국 타자들에 강한 좌완 스기우치 토시야를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김광현은 1회 초 안타와 수비 실책으로 1실점한데 이어 3회 초에도 안타와 폭투가 이어지며 1점을 내줬다. 한국은 3회까지 스기우치의 공을 공략하지 못하며 점수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0-2로 맞이한 4회 말 좌익수로 출전한 G.G. 사토의 실책과 이용규, 김현수의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 득점 기회를 잡은 한국이었지만, 4번 타자 이승엽이 병살타를 쳐 1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이승엽은 23타수 동안 3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에 빠져있었다.

 

4회까지 1실점만 허용한 일본은 5회에 가와카미 겐신을, 6회 나루세 요시히사 등을 마운드에 올렸고, 7회 말 마무리 후지카와 큐지를 등판시키며 잠그기에 들어갔다. 이대호는 후지카와를 상대로 볼넷을 골랐고, 고영민이 안타를 치며 1사 1, 2루 상황을 만들었다.

 

다음 타자인 강민호가 삼진을 당하자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일본에 강한 이진영을 대타로 기용했다. 타석에 들어선 이진영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로지르는 안타를 뽑아냈고, 이대호 대신 대주자로 투입된 정근우가 명품 슬라이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한국은 드디어 약속의 8회를 맞았다. 유독 8회에 대역전극을 펼친 한국은 이번에도 짜릿한 역전을 이뤘다.

 

 

1사 1루 상황 속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 부진한 그에게 기대하는 팬들은 적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이와세 히토키는 이승엽을 상대로 바깥쪽 공으로 공략했다. 1볼 2스트라이크 불리한 카운트 속 이승엽은 이와세의 몸 쪽 공을 그대로 받아넘겼다.

 

이승엽에게 역전 2점 홈런을 맞은 일본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김동주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정근우의 아웃으로 2아웃 상황 타석에 들어선 고영민이 친 공이 좌익수 G.G. 사토 쪽으로 날아갔다. 사토는 공을 잡지 못하는 실책을 범하며 추가 득점을 허용했다. 한국은 강민호의 2루타까지 터지며 8회에만 4점을 뽑았다.

 

당시 해설을 맡은 허구연 해설위원은 G.G. 사토의 실책에 “G.G. 사토 고마워요”라는 야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말을 남겼다.

 

9회 초 선발투수로 활약을 펼친 김광현을 대신해 윤석민이 마무리로 나섰다. 윤석민은 일본의 세 타자를 모두 잡아내며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일본을 상대로 6-2 역전 승리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결승전 쿠바를 3-2로 잡으며 사상 최초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 올림픽이 연기됨에 따라 한국이 목에 건 올림픽 금메달은 올림픽 야구의 마지막 금메달로 남아있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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