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전두환 씨 부인 이순자 씨가 “오늘 장례식장을 마치면서 가족을 대신해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며 사과를 전했다.
이 씨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에서 유족 대표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돌이켜보니 남편이 공직에서 물러나시고 저희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했다.
그는 전 씨 측근 처음으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 이후 41년여 만에 처음으로 공개적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는 3분 15초가량 추도사 중 10여 초에 불과했다.
이 씨는 추도사를 전 씨의 사망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이 씨는 “남편은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 장애와 인지 장애로 고생하던 중 금년 8월에는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암 선고까지 받게 됐다”며 “힘겹게 투병 생활을 인내하고 계시던 11월 23일 아침 제 부축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갑자기 쓰러져 저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셨다”고 했다.
이어 그는 “6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부부로서 함께 했던 남편을 떠나보내는 참담하고 비참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고통 없이 편안한 모습으로 이 세상과 하직하게 된 것은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전 씨의 생전 유언을 언급했다.
그는 “남편은 평소 자신이 사망하면 장례를 간소히 하고 무덤도 만들지 말라고 하셨다”며 “또 화장해서 북녘 땅이 보이는 곳에 뿌려달라고도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닥친 일이라 경황이 없던 중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에 힘입어 장례를 무사히 치르게 됐다”며 “이제 남은 절차에 대해서는 우선 정신을 가다듬은 후 장성한 자녀들과 충분한 의견을 나눠 남편의 유지를 정확하게 받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씨는 “장례기간 동안 경황이 없어 조문오신 분들께 미처 예를 다하지 못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며 “그리고 장례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 경기신문 = 이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