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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수입산 우유' 인기에…낙농가에 드리우는 '먹구름'

멸균우유 수입 증가에 국산 우유 ‘외면’, 원유 가격 협상은 ‘지지부진’
“국내 우유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엄격한 환경법 등 농가 부담 가중”
“수입·국산 가격 경쟁에 국내 낙농업 도태될 것…정부 보호조치 필요”

 

이달 초 예정됐던 ‘원유’(原乳) 가격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는 사이 소비자들이 고물가로 인해 국내산 우유 대신 저렴한 수입산 우유로 발걸음을 돌려 낙농가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폴란드산 등 해외 멸균우유 수입량은 1만4675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326톤보다 57퍼센트(%) 늘었다.

 

우유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은 보통 매해 8월 1일부터 조정된다. 지난해 조정에서는 약 20원이 인상됐고, 유업계 등은 흰 우유 소비자 가격을 약 200원 가량 올렸다. 이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 우유를 찾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에서는 지난 16일 서울우유가 사실상의 원유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힌 후 국내 원유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벌써 시장 깊숙히 침투한 저렴한 수입산 우유와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는 낙농가들의 한숨은 더욱 깊다.

 

평택에 위치한 ‘유옥목장’의 곽진영 대표는 29일 국내 사육 환경과 생산비·인건비 인상, 엄격한 환경법 기준 등을 고려하면 국내 우유는 수입 우유와 가격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우유 소비자가격엔 ‘유통비’가 20% 넘게 차지한다며 농가 부담이 가중된다고 전했다.

 

 

낙농업 종사자들은 국내 우유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정부의 지원 정책 없이는 저렴한 수입산 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낙농산업의 붕괴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낙농업 종사자 ㄱ씨는 “다른 수입 우유의 체세포 1등급 기준이 40만~50만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집유(集乳) 거부 수준”이라며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시설비가 증가했지만 정부의 낙농가 지원정책은 ‘사룟값 대출’이 전부”라고 말했다.

 

곽 대표는 정부가 새롭게 제안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언급하며 “생산비부터 800원을 넘는데 가공유를 800원에 사간다는 건 농가 상황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유 가격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마시는 용도로 판매하는 원유)는 현재 리터당 1100원 유지하되, 가공유(유제품을 만드는 용도로 쓰이는 원유)는 800원으로 인하하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가격 인상 관련) 너무 안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건 그동안 인식 개선을 못 한 잘못도 있는 것 같다”며 “국산 우유를 막연하게 홍보하기 보다, 소비자들에게 외국보다 좋은 점을 이해시켜드려서 정당한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수입 우유와 국산 우유의 가격 경쟁을 같이 할 순 없다”며 “수입과 같은 기준에서 정책을 편다고 하면 국내 낙농업계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세금제도 등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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