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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우리도 도우미견이에요”…청각·지체·뇌전증 도우미견을 만나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도우미견 금돌이·말리·릴리
소리 나는 곳 안내, 물건 가져오기, 기도 확보 등 역할
아파도 무감각, 배변·식사 참기, 단미 등 ‘엄격’ 훈련 거쳐
이이삭 사무국장 “도우미견 불쌍하게 보는 시선, 관점의 차이”

 

“말리, 냉장고에서 물 갖다 줘”

 

“멍!”

 

최근 경기신문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평택의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휠체어를 탄 훈련사가 물을 갖다 달라고 하자, 지체 장애인 도우미견 7살 ‘말리’가 물병을 입에 물어 주인에게 향했다.

 

도우미견 또는 보조견으로 불리는 개의 종류엔 흔히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엔 말리처럼 지체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 뇌전증 환자 등 다양한 도우미견들이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의 개들은 각자의 ‘자질’에 따라 어떤 도우미견이 될지 정해진다. 개마다 각자 잘 하고 좋아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 자질을 찾아 적합한 도우미견으로 만드는 게 훈련사의 역할이다. 

 

말리의 경우, 물건을 꺼내거나 물고 다니는 걸 좋아해 지체 장애인 돕는 법을 익히게 됐다.

 

말리는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켜고, 바닥에서 양말을 줍고, 스마트폰을 가져오는 등 휠체어에서 허리를 굽히기 힘든 주인을 대신한다.

 

 

반면, 1살 ‘금돌이’의 훈련 과정엔 ‘훈련사의 목소리’가 나질 않았다. 초인종 소리, 휴대폰 소리, 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금돌이의 짖는 소리만 있었다. 

 

소리를 듣는 능력이 뛰어난 금돌이는 청각 장애인 도우미견이다.

 

집안 내 소리가 날 때마다 주인에게 뛰어가 이 사실을 알리는 게 금돌이의 주 업무다.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알아챈 주인이 ‘수어’로 소리가 나는 곳을 물으면, 그곳까지 정확히 안내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협회에선 현재 ‘뇌전증’ 도우미견 양성을 준비 중이다. 주인에게 발작이 발생하면 짖거나 버튼을 눌러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주인이 기도를 확보할 수 있게 몸 밑으로 파고 들어가는 등 도움을 주기 위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개들은 도우미견이 되기까지 주인에게 신호를 줄 때가 아니면 아파도 짖지 않고, 배변과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만 하도록 참는 등 ‘엄격한’ 훈련을 약 1년에서 2년 반 받는다. 또, 휠체어에 꼬리가 끼지 않기 위해 ‘단미’를 감행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우미견을 불쌍하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협회의 이이삭 사무국장은 ‘관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가정에서 함께 하는 게 직업이듯, 도우미견들은 돕는 일 자체가 직업이 된 것”이라며 “훈련을 할 때 이 친구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 자체가 놀이고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집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퇴근하면 개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밤 밖에 없지만, 도우미견은 24시간 동안 장애인과 함께 붙어있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사무국장은 장애인과 도우미견과 관련해 ‘관심’과 ‘무관심’ 두 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다양한 도우미견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면서도 “도우미견 자체를 무관심하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도우미견 활동을 할 때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차별이나 출입거부에 대한 문제”라며 “(비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거나 식당을 갈 때 그것을 어렵게 보거나 막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저희도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고 그 안에서 잘 생활할 수 있게끔 충분히 훈련된 친구들이니 무관심하게 봐달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