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마약, 감당할 수 없는 행복?”…중독자들이 희망을 꿈꾸기까지

약물치유재활센터 ‘다르크’에서 만난 중독자들
“약과 대학 생활 병행할 수 있다 착각…어느 순간 멈출 수 없어”
‘동료’들 덕에 회복의 희망 꿈꿔…‘선한 가치’ 전하겠단 의지도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마약의 늪’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적고, 적합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마약의 몽환에서 탈출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의 여정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우후죽순’ 마약범죄, ‘유명무실’ 치료기관...깊어지는 ‘마약의 늪’

② “마약, 감당할 수 없는 행복?”…중독자들이 희망을 꿈꾸기까지

③ ‘마약의 늪’ 탈출구는…‘치료·재활’로 재범 막아야

 

 

"친구가 우연히 필로폰을 놔줬는데, 그게 저를 행복하게 해줬어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이었어요. 그동안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그 마음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순간 그 약이 나를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가끔 이렇게 즐겨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내 성격과 인생을 바꾸고 교도소를 가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경기도 남양주의 약물치유재활센터 ‘다르크’에서 만난 입소자 A(50) 씨는 경기신문 취재진에게 마약에 빠지게 된 경험을 털어놨다.

 

A 씨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12년 전. 당시 그는 대기업에 다니며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접한 그 약 하나로 그의 삶은 모든 게 바뀌었다. 성격, 인간관계 모든 삶이 약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결국 첫 징역을 살게 됐다.

 

교화를 위해 들어간 교도소에서도 마약의 ‘달콤한 유혹’은 끊이지 않았다. 동종 범죄 사범과 함께 수감된 그는 ‘약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다.

 

 

A 씨는 “교도소가 잘못된 게 마약 중독자들을 중독자들끼리 모아놓으니 더 전문가가 돼서 나온다”며 “좋은 약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약을 끊기보단 어떻게 하면 법망을 피해 혼자 즐길 수 있을지 더 많이 생각했다”고 실토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세 번의 수감을 마친 그는 여러 차례 ‘단약’(斷藥)을 시도했다. 하지만 약과 관련된 환경에 조금만 노출돼도 참았던 갈망이 터져나와 더 많은 약을 찾게 됐고, 본인의 의지에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전했다.

 

입소자 B(26) 씨도 비슷한 얘기를 들려줬다. 대학생이었던 B 씨는 온라인으로 만난 지인에게 마약을 배웠다.

 

B 씨는 “처음엔 약과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다 착각해 약을 하고 시험도 봤다”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할 일을 안 하게 되고, (약을) 멈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세 번의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병원에선 약이 빠질 때까지 방치하는 게 전부일 뿐, 갈망감만 극심해졌다. 결국 그는 퇴원 후에도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다르크’를 찾은 입소자들에게 손을 내민 건 ‘중독 경험 동료들’이었다. ‘멘탈 관리’를 비롯해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끌어주고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료들의 도움 덕에 이들은 마약의 몽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의 회복을 꿈꾸게 됐다. 특히 동료들이 전한 ‘선한 가치’를 토대로, 같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또 다른 동료들을 위한 꿈도 갖게 됐다.

 

A 씨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사회복지학 공부를 내년에 졸업한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회복상담사 일을 하며 회복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복학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B 씨도 “남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