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사법에는 ‘사설 화장장’ 설치 신고 처리에 대한 명시된 규정이 있다, 애초 이 법 제정 때부터 민간 참여 길을 활짝 열어 두고 있었다고 보면 된다. 화장장 건립은 일본부터 북미, 유럽 여러 나라까지 이른바 선진 사회는 모두 비슷한 민관 혼합 체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당리 화장장은 1902년 일본인 거류민단의 사설 화장장으로 출발하였다. 1910년 국권 피탈 후에는 경성부영 화장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 공영(공설) 화장장이 설치 허가되었으며, 사설로는 사찰의 화장터 또는 화장막(火葬幕)이 꽤 있었다. 실례로 서울 신촌 봉원사의 화장터는 1950년대까지 사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화장장 62개소 중에 사설로 신고 수리된 데는 곡성 단 1곳뿐이다. 그것도 “개장 유골 전용”이라는 법령에 근거도 없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초반 삼성, LG그룹, 개인사업자 등의 사설 화장장 건립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반대 민원과 지자체의 방관으로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래도 순수 민간 차원에서 사설 화장장을 설치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지금도 행정 소송에서 승소 패소가 엇갈리고 있다.
돌아보면,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사설 화장장 설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몇 차례 있었다. “대형 병원 장례식장 부설로 화장로를 설치하겠다.”(2003년, 서울시)부터 “도심 외곽 장례식장에 화장로 설치 허용”(2009년, 보건복지부) 등이 그것이었다. 2009년 당시에는 국무회의 석상에 보고되기도 하는 등 곧 이루어질 듯하기도 했다. 또 한때 경기도에서는 “사찰에 화장로 1~2기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空論으로 끝났다.
이에 비해, 선진 사회는 어떠할까! 먼저 일본 도쿄도 화장장 28개소 중에 민영(民營)이 8개소가 있어 도쿄 화장장의 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오사카에도 있고, 요코하마에도 민영이 있다. 일부 화장장은 몇백 년 전 사찰 화장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통 시대 불교 사찰의 역할이던 화장이 메이지 유신과 전후 민주화를 거치면서 지역사회 즉 지방공공단체 책무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찰 부속 묘지와 화장장 일부는 그대로 계승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도쿄 도심에 있는 유명 민영 화장장이 이를 확인해 준다. 특히 전직 일본 아베 신조(安倍 晋三) 수상과 같은 일본 최상류층이 화장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은 끈다.
유럽에서는 근대까지 장례와 묘지는 교회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였다. 시민 혁명을 거치면서 장례가 시민사회의 역할로 넘어와 공공 책무로 정착되었다. 그런데 상업 자본주의 발전으로 장례 산업도 성장하게 되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의 나라에서는 민간 화장 협회가 앞장서서 공공묘지 안에 근대적인 화장장을 설치하였다. 서양 장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여러 초기 화장장이 문화유산 목록에 올라 현재까지 보호되거나 사용 중에 있다. 미국은 사설 장례식장이나 묘지 부설 화장장에다 아예 민간 화장회사도 흔하다.
필자가 지난 10여 년 세계 최신 화장장 건립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외국 최신 화장장 중에는 사설 또는 민간이 주도한 화장장 비율이 상당했다. 근래 서구 사회의 화장 증가를 뒷받침하는 화장장 증가는 공공부문에서는 기초지자체 조합(연합)이 있고, 민간 부문의 사설 화장장들이 있었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와 독일 도시 화장장 중에는 민간에 매각한 곳도 있었다. 또 일본에서는 공공부분의 낡은 화장장 통폐합 현대화가 착착 진행되는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관의 일시적인 재정 부담 없이 민간 재원과 능력을 활용하는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투자 기법을 화장장 건립에도 적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화장장 설치 운영을 언제까지 공공에서 전부 책임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화장 대란을 해소하는 방안 중에는 민간의 재정과 장점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분명한 건, 장사법에서 관련 규정이 삭제되지 않는 한, 여건이 되는 민간에서는 “사설 화장장 설치”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열린 눈과 판단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