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8일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인용하며 파면을 결정했다. 국회가 탄핵안을 의결한 지 371일 만으로, 경찰청장이 국회의 탄핵으로 직위를 상실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조 청장을 파면했다. 결정과 동시에 파면 효력이 발생해 조 청장은 즉시 직위를 잃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비상계엄 당시 조 청장이 국회 출입을 통제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진입하거나 아예 국회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로 인해 본회의 개최가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를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지시를 실행한 행위로 규정하며,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을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조치로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등 헌법상 권한이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 측이 우발 상황에 대비한 경찰력 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조 청장이 비상계엄 선포 이전 안전가옥 회동 등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의 대립 국면을 타개하려 했고, 국회에 군 병력이 투입될 것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찰력 배치 역시 군의 국회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아울러 조 청장이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거부하거나 국회의 월담을 방치해 계엄 해제에 기여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조 청장이 안가 회동 이후 김봉식 전 서울청장으로부터 기동대 배치 상황을 보고받고, 국군방첩사령부의 수사요원 및 체포조 지원 요청을 승인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한 행위에 대해서도 헌재는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위헌적인 계엄에 따라 선관위에 진입한 군을 지원해 선관위의 직무 수행과 권한 행사를 방해했고, 그 결과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계엄의 위헌성을 짧은 시간 내에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조 청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갖는 정보 접근성과 전문성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계엄 선포 직후 국회의원들과 시민, 현장에 투입된 군경 모두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며 “이는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회 일반인도 계엄의 위헌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청장의 주장은 오히려 경찰청장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헌재는 조 청장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서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하며, 파면을 통해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국가적 손실을 압도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을 동원해 시민과 대치하도록 한 결과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도 파면 사유로 들었다.
다만 지난해 11월 9일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한 폭동 유도 및 집회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조 청장은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경찰과 공직사회에서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으로 심판정에 출석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자유민주주의 수호의 책무가 얼마나 엄중한지 분명히 한 판결”이라며 “법질서를 지켜야 할 경찰청장이 오히려 헌정 질서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같은 달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으며, 올해 1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혈액암 투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돼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 경기신문 = 성은숙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