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하루에 두 번 이상 이를 닦는 일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서 양치 실천율이 두 배 넘게 상승하고, 비만율이 감소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여기에 학교폭력 신고가 2년 연속 ‘0건’을 기록하는 등 학교 분위기까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 위치한 강하초등학교에서 벌어진 변화다. 전교생 60여 명, 6학급 규모의 농촌 소규모 학교인 이곳은 2024년부터 경기도교육청 ‘건강증진학교’ 사업에 참여하며 인공지능(AI) 기반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학생들의 생활습관 전반을 바꾸는 시도였다.
◇ 출발은 ‘건강 위기’…생활습관 전반 적신호
프로그램 도입의 출발점은 학생들의 건강 상태였다. 학교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비만율은 31.1%, 과체중은 19.7%에 달했고, 양치 실천율은 25% 수준에 그쳤다. 키 미달 비율은 40%로 높았고, 체력은 PAPS 기준 평균 3등급 수준이었다.
신체 불균형 문제도 적지 않았다. 어깨 불균형은 37%, 허리 불균형은 30%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도 약 5%에 달했다. 건강과 생활습관, 정서 상태 전반에 걸쳐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학교는 읍내와 10여km 떨어져 있어 의료·체육 인프라 접근성이 낮았고, 사교육 시설도 제한적이었다. 다양한 가정환경 역시 체계적인 건강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 ‘관리’에서 ‘참여’로…방식의 전환
이에 학교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접근법 자체를 바꿨다. 가정에 맡기던 건강관리를 학교 중심으로 전환하되, ‘의무’가 아닌 ‘흥미’ 기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아침·저녁 양치, 아침식사, 밤 10시 이전 취침, 자세 교정 운동, 채소 섭취, 하루 1회 운동 등 6개 항목을 실천하고 개인 ID와 QR코드를 통해 기록했다.
이 기록은 점수로 환산돼 매주 ‘건강 토큰’으로 지급됐다. 학생들은 이를 교내 ‘건강상점’에서 간식이나 운동용품으로 교환할 수 있었고, 일부 학생은 토큰을 모아 스마트워치를 구매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건강관리 자체가 ‘보상과 재미’가 결합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 양치 습관 혁신…게임형 프로그램 효과
특히 양치 실천율 향상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학교는 칫솔 살균기와 치약 자동 디스펜서를 설치하고, 학생들이 양치 후 카드를 태그하면 자동으로 기록되도록 했다.
학급별 양치 챌린지를 운영해 우수 학급에 토큰을 지급하면서 협동과 경쟁 요소를 동시에 도입했다. 여기에 보건소 치과 공중보건의와 연계한 치태 검사와 구강 교육을 병행하며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스스로 양치 습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한 학생은 “예전에는 이를 잘 안 닦아 충치가 생겼는데 지금은 매일 닦아서 치과를 덜 가게 됐다”고 말했다.
◇ AI 기반 맞춤형 관리…조기 발견 효과까지
AI를 활용한 맞춤형 건강관리도 핵심 요소였다. 학교는 체형·체력 검사 장비와 혈압 측정기, 골밀도 측정기 등을 활용해 학생 데이터를 수집했다.
AI 분석을 통해 성장 상태와 건강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개인별 맞춤 운동을 제시했다. 수분 상태 측정을 통해 ‘하루 물 8컵 마시기’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도 병행됐다.
이 과정에서 부정맥 의심 사례가 발견돼 병원 치료로 이어지는 등 조기 발견 성과도 나타났다. 단순 교육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관리 기능까지 수행한 셈이다.
◇ 교과·가정·지역까지 확장된 건강교육
건강 관리는 교과와 비교과를 넘어서 가정과 지역까지 확장됐다. 영양교사는 전통 식재료 체험과 텃밭 활동을 통해 식생활 교육을 진행했고, 사서교사는 건강 관련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잔반제로 캠페인’도 운영됐다. 학급별 잔반량을 시각화해 학생들이 자신의 식습관을 스스로 돌아보도록 유도했다.
가정과의 연계도 강화됐다. ‘가족 건강식단 챌린지’를 통해 학생과 가족이 함께 식단을 구성하고, 학교는 이에 대해 피드백을 제공했다.
◇ 생활체육과 공동체 회복…정서 변화까지
생활체육 프로그램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토요스포츠 배드민턴, 가족 참여 행사,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일상화했다.
지역 클럽과 전문 코치의 지원으로 학생들은 대회 성과를 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이 강화됐다.
정서 관리도 병행됐다. 교사와 외부 기관 협업을 통해 ADHD 진단과 치료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학생자치회 중심의 건강 캠페인은 참여도를 더욱 높였다.
◇ 수치로 입증된 변화…학폭 0건의 배경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양치 실천율은 25%에서 63.1%로 상승했고, 건강 실천 참여율은 80.3%에 달했다. 과체중과 키 미달 비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무엇보다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강하초는 2024년과 2025년 2년 연속 학교폭력 신고 0건을 기록했다.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이 관계 개선과 정서 안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건강증진학교 사업은 2023년 22개교에서 2025년 168개교로 확대됐다. 강하초 사례는 단순한 건강교육을 넘어 학교 문화를 바꾸는 정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글 사진자료=경기도교육청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