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집에서 /박정호 선혈인 양 쏟아놓은 백일홍 그늘아래 놓인 앞길 디딘 뒷길 밟히는 그 꽃잎을 벗어둔 그림자 하나 외면하며 무심한 때. 가고 오고, 오고 가고, 그려 그려, 천 리 만 리 눈물도 회한도 없이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손길이 닿지 않아도 그려 그려 그런 것을. 꽃 피어 꽃 지는 일이 일도 없이 버거워라 파랑 일어 적시는 생각 없는 심중에 세간의 나비 한 마리 청산에 갇혔네. 시인의 서사의 느슨한 줄기가 결코 가볍지 않다. 감각의 덧칠이 더해지면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을 적시는 깊은 경지의 시의 맛을 일으킨다. 백석 시인은 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등으로 인간의 오감들을 널리 사용하는 감각의 소리가 많았다. 시 역시 색감과 소리로 내는 감각의 내면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람들에게 욕망이 없었다면 가치와 사물의 변이 달관도 없었을 것이다. 되풀이되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지혜의 샘이 있다면 그 지혜의 샘에서 회한의 정도 깊을 것이다. 시인의 노래와 리듬으로 던진 이 시에는 깊이 있는 시름의 다름 아닌 인간사 정신세계로 심중에 말 한마디 내놓은 외로움 같은 회상으로 돌아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요새 우리나라 외교를 보면 서글프기까지 하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나서 “맞을 짓 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에게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동의하지 말라면서 “총알받이 되지 말라”고 한다. 거기다가 일본은 온갖 거짓을 들이대며, 우리에게 보복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런 한일 간의 갈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일본경제가 우리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경제 규모와 내수 시장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맨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정말 어리둥절했다. 일본을 따라잡는 방법이 내수의 확대에 있다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내수의 확대와 남북경협을 연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상식은, 시장이란 구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과연 그런 구매력이 있는 시장인가를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북한을 구매력 있
일본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3개 물질에 대한 대한국 수출통제에 이어, 8월 2일 각의 의결로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해 군사적 전용 가능성 있는 품목에 대해 개별심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일본의 조치에 대항해 우리나라가 부품·소재 국산화, 과감한 규제혁신을 이룬다면 장기적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에 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갑작스런 조치의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에 경제력이 밀리는 상황을 반전하기 위해서였을까? 미국과 함께 중국·러시아의 태평양 진출 견제를 위해 힘을 모아야하는 동맹국에 대한 일본의 조치는 경제적 이유로만 이해되기는 어렵다. 한국과 관련해 일본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비핵화이다. 2차 세계대전 때 두 차례에 걸쳐 큰 원폭 피해를 겪은 일본이다. 만일 북미회담이 잘못돼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면 한국 다음으로 큰 피해를 보게 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북한의 핵 보유를 걱정하는 일본은 1995년 영변 핵발전소 폐쇄 대가로 공급하기로 한 경수로 30억달러 비용도 30% 부담키로 했었다. 한&mi
부천시자원봉사센터가 최근 3일 동안 중·고등학생 150여 명, 대학생 자원활동가 및 자원봉사나눔터 리더 30여 명과 함께 ‘청소년 올바른 약복용’ 홍보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의약품 안전 사용 방법을 배우고 캠페인 피켓을 만들어 부천역 마루광장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 리플릿을 나눠주며 홍보 캠페인을 전개했다. 부천시약사회 약물안전교육사업단 장수연 약사는 “다이어트 약, 머리 좋아지는 약 등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의학 상식을 바로잡는 기회가 되었다. 의학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석상균 시 자치분권과장은 “성장기 청소년들이 약을 오·남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청소년들이 올바른 의약품 사용 및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천=김용권기자 ykk@
남한강의 ‘보’ 해체를 통한 자연성 회복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 중심에 최근 출범한 매머드급 연대조직인 ‘우리 강, 남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경기도민회의’가 있다. 이들은 이달 초 출범식을 갖고 “남한강 자연성 회복은 ‘보’ 해체와 재자연화에 있다”고 선언했다. 인위적으로 설치된 보를 풀어 남한강을 자연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다. 도민회의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환경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의 남한강 3개보와 낙동강 8개보에 대한 처리 방안 발표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남한강은 다행히 보로부터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강의 숨길과 물길을 어지럽히고 있는 이포·여주·강천보는 자연성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2월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 발표이후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의 왜곡 현상이 남한강까지 오염시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도 코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의식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보 역시 표’로만 해석하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풀이된다. 도민회의는 지난 7월 준비위원회와 기획팀 회의, 제안서 회람 및 참여단
오는 15일은 8·15 광복 74주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 강점기가 끝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많다. 지금도 일본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시키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 징용문제에 대해 강하게 부정한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오히려 경제보복까지 하고 있다. 다행히 슬기로운 우리국민들이 나서 ‘제2의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제품 사지 않기, 일본여행 가지 않기 등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일본을 당황시키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또 있다. 일제잔재 청산이 아직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일상생활 속에 일본잔재가 남아 있다.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은 곤궁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비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친일 매국노의 후손들은 각 부분에서 주류로 살아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독립투쟁을 한 애국자들에 대한 포상·서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손을 찾을 수 없거나 관련 자료가 보관돼 있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들이 포상을 바라고 독립운동에 온몸을 바친 것은 아니겠지만, 더 늦기 전에 공적을 발굴,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이 일을 가장
광복회가 2005년 11월 29일 백범기념관에서 제2광복 새정신운동을 선포한지 14년이 됐다.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의 역사적인 뜻깊은 해에 광복절 74주년을 맞았다. 이러한 때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한일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다수 한일 양국 국민들의 우호관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 대한 일본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과 비인도적인 선택에서 비롯되었음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일본은 이번 사태가 한국이 국가간에 합의한 1965년 한일회담시 끝난 징용 배상을 문제 삼아 내린 조치라며 경제 보복을 정당화하고 있다.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속죄 의식은 티끌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참으로 가소롭고 뻔뻔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경제 보복의 본질을 직시하고 한 뜻과 한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돼야겠다. 국제 사회의 여론도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긴밀한 공조를 도모하고 호전되는 남북 공조를 기회로, 오랫동안 반민족 친일 기득권 세력의 기형적으로 고착된 항일 양국간 불평등한 산업 체질의 구조 개선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 나
성벽은 적군의 진격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성벽 위의 아군은 적에게 쉽게 노출되어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성벽 위에 다시 낮은 담을 쌓아 아군의 노출을 줄이고 공격하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데 이것이 여장이다. 일반 성곽시설에는 내부 여장을 설치하지 않으나 장안문 누각(樓閣)인 장군지휘소 같은 중요한 특수시설에는 성곽 내부에도 별도의 여장을 설치한다. 조선 전기(1451년) 지방 읍성(邑城)의 여장은 높이가 2치(60㎝)와 3치(90㎝)가 주류를 이루고 1치(30㎝)의 낮은 여장도 보인다. 아마 이전 시기에는 높이가 더 낮고 여장이 없는 성곽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임란과 호란을 겪으면서 여장의 중요성이 대두됐지만, 중국의 견제와 경제적 이유로 성곽 자체를 축조하지 못하다가 수원화성이 건설되면서 비로소 여장은 높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한다. 수원화성에서 여장의 종류를 살펴보면 타구(타와 타 사이의 구멍)가 없는 평여장(화성성역의궤 용어)과 타구가 있는 타구여장으로 나눌 수 있다. 평여장에는 화서문의 서옹성 외여장처럼 총안이 있는 것도 있으나 마치 담장같이 총안 없는 여장도 있다. 총안이 없는 여장으로는 서옹성의 내여장과 사대문 육축(陸築)의 측면과 내여장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19’에 따르면 순수 알코올(맥주 4~5%, 포도주 11~16%, 독주 40%)로 환산했을 때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17년 기준 8.7ℓ로, OECD 평균(8.9ℓ)을 약간 밑돈다. 주류 소비량은 2007년 9.3ℓ, 2012년 9.1ℓ 등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른바 ‘주폭’ 등 부정적 음주 문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맥주는 우리나라 주류 소비의 약 60%를 차지하는 술이다. 여름은 이러한 맥주의 계절이다. 소비가 가장 많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주는 무더위 갈증을 풀어 주고, 휴가지 낭만을 더해 주며, 추억의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낸다. 더불어 치맥(치킨+맥주)과 소맥(소주+맥주)등 우리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도 생겨났다. 맥주 성수기 여름철을 맞아 요즘 애주가들 사이에선 ‘카스테라 전쟁’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라는 맥주가 인기를 끌자 오비가 ‘카스’ 가격 할인에 돌입하며 견제에 나서자 소비자들이 붙여준 용어다. 뿐만아니라 오비가 소맥의 브랜드를 선택해서 주문하게 하기위한 전략으로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란 말을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