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 긴 역사의 흐름을 되새기다 보면, 질병과 관련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새로운 질병은 발전된 문명에 의해 만들어지고, 이러한 질병들이 다시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다. 즉, 문명화 이후의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끊임없는 싸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질병과 함께했고, 질병의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사회의 보편적 열망이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류문명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우리는 전염병에 주목하게 된다. 왜냐하면, 전염병은 치사율로만 보아도 엄청난 파괴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놓았던 공포의 질병 사건들 중 대표적인 것이 흑사병(黑死病, plague)인 페스트이다. 1348~1361년 사이에 발생한 페스트는 당시 유럽인구 중 2천4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이는 중세사회의 몰락을 재촉하였고, 유럽사회의 노동력 감소는 새로운 노동력을 찾기 위한 식민지 건설 및 제국주의 팽창의 계기가 됐다. 흑사병의 전파 경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몽골군의 ‘카파’ 공격을 가장 유력한 설로 꼽는다. 1346년 몽골군이 흑해 크림반도의 카
1980년 이후 세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유통시장이 개방됐다.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등장했고, 상거래 방식에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백화점 산업에 진출하면서 상권경쟁이 심화됐다. 동아백화점이 프랑스 오 쁘렝땅사(社)와 계약을 맺고 서울특별시 중구에 개점한 쁘렝땅 같은 전문백화점, 롯데 영등포역사 백화점 등 다양한 유형의 백화점도 이 시기에 등장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재래시장과 슈퍼마켓이 유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대형 유통으로는 백화점이 유일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조업이 유통업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했는데 상품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할인마트가 등장하면서 백화점, 재래시장, 슈퍼마켓으로 삼분되던 우리나라 소매시장 구조가 바뀌기 시작한다. 최초의 대형 할인마트는 1993년 11월에 문을 연 이마트이다. 이마트는 마케팅과 판촉비용을 없애고, 최소한의 판매사원으로 인건비를 줄였다. 이런 비용절감 효과로 소비자에게 값싼 물건을 제공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할인점 물건이 싸다는 인식이 퍼졌고 매출은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마트가 많은 수익을 올리자 다른 업체들도 할인점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19
지난 1월 19일,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향년 9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 산업계의 틀을 만든 창업 1세대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 신격호 회장의 별세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이 재계를 이끌던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신격호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 걸쳐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였다. 맨손으로 껌 사업을 시작해 70년 가까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오가며 사업을 확장해 롯데를 국내 재계 순위 5위 재벌로 성장시킨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롯데라는 상호는 신격호 회장이 대학 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를로테’(Charlotte)에서 따온 것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은 샤를로테처럼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신격호 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에서 5남 5녀의 첫째로 태어났다. 그는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과 우유배달 등으로 고학 생활을 했다. 1944년 선반(절삭공구)용 기름을 제조하는 공장을 세우면서 사업을 시작
우리가 자주 접하는 속담 중에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우물에서 보이는 구멍으로만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작다고 하는 개구리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어서 자기의 기준과 눈높이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미의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이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에서 유래되었다. 남아메리카 대륙의 에콰도르 령인 갈라파고스 제도는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자연선택론, 즉 진화론을 설명하는데 큰 영감을 준 장소였다. 이 제도는 남아메리카 대륙과 약 1천㎞ 정도 떨어져 있으며, 태평양 적도 주위에 위치한 19개 화산섬과 주변 암초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섬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았고,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독자적으로 진화한 종들이 고유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었다. 1835년 이 섬을 찾았던 다윈은 잘 보존된 자연 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과 동물의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갈라파고스의 생태계를 통해 생물의 진화론을 확립하며 세계 과학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종의 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1980~90년대 ‘세계경영’을 펼쳤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12월 9일, 향년 83세 나이로 별세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 중 한 명으로써 비록 IMF 경제위기를 맞아 무너지긴 했지만, 그의 창조적인 도전정신은 지금도 많은 경영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세계경영을 꿈꾸던 기업가’ VS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사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떠올리면 등장하는 수식어이다. 이처럼 김 전 회장은 생전에 극명히 엇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임은 분명하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김 전 회장은 도전으로 축약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특히 일찌감치 전 세계를 무대로 경영활동을 확대해 나가면서,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줬다. 김 전 회장은 원단생산업체인 대도섬유의 도재환 씨와 손을 잡고 19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하며 ‘샐러리맨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대우는 대도섬유의 ‘대’와 김우중의 ‘우’를 따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김우중 회장은 그야말
하얀 얼굴에 올라간 입꼬리. 집회나 시위 현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가면(假面)이 있다. 이른바 ‘벤데타 가면’ 또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이 가면을 쓰고 나오는 걸까? 그리고 이 가면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동물을 사냥하기 위한 변장에서 시작된 가면은 이후 주술, 신앙, 축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용되면서 문화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무엇보다 사람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은 가면을 착용한 이들로 하여금 일상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도 가능케 하는 대범함을 심어주기도 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통해서도 우리는 그처럼 가면이 주는 용기를 만날 수 있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수용소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가 설치돼 모든 이들이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다. 영화는 파시즘이 만연한 미래의 영국을 배경으로, 왜곡된 정보로 국민을 기만하고, 독재가 횡행하는 경찰 국가에서 겪는 숨 막히는 삶과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신념을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은 영향력 있는 개인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인플루언서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Influence + er)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다. 주로 SNS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일컫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충성도가 높은 팔로워(Follower) 및 구독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Influencer)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영향력을 제공한 만큼의 광고비를 받거나, 광고주와의 계약을 통해 상품이 노출된 사진 및 동영상 등을 게재하는 형태이다. 요즘 SNS의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그 중 힘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파워블로거, 1인 방송 진행자, 인기 유튜버, 인스타그램 스타들. 우리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라 부른다. 이들은 일반인이지만 연예인급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연예인들이 가까이 할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였다면, 인플루언서는 일상적인 삶에서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SNS 유명인을 활용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연예인을 기용한 기존의 광고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마케팅 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복이나 편안함, 풍요로움과 같은 것들은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다. 조그마한 것들조차도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이 냉엄한 세계에서 공짜로 무엇인가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무슨 일이든지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1만 시간의 법칙(The 10,000 Hours Rule)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매일 3시간씩, 10년간 노력을 기울이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은 1993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이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연주자 간 실력 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은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1만 시간. 얼마나 긴 시간일까. 쉼 없이 달려서 416일과 16시간을 보내야 나오는 시간. 하루 두 시간씩 투자했을 때 14년, 하루 한 시간씩은 2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최근 그 진화의 속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경영은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영역 중 하나이다. 이러한 경영의 패러다임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을 꼽으라면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눈부신 발달을 들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과거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전부 통제하고 경영하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외부 참여자들과 협력하는 개방적인 사업 환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개방형 모바일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Macworld 2007)에서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인 모바일 폰, 획기적인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기기”로 아이폰을 소개했다. 비록 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역사는 아이폰 출시와 함께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 기기의 등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산업의 비즈니스 체질마저 바꾸어 버렸고, 개인,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고, 대개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세계관을 사회심리학에서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처음 개념화한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Melvin Lerner)는 1978년 ‘공정한 세상 연구와 귀인과정’ 이라는 논문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공정하게 보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증명했다. 복권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친구가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알려주자, 학생들은 당첨된 친구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 멜빈 러너는 이처럼 사람들이 불공정한 세상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합리적 가설을 만들어 내며, 합리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았다. 공정한 세상 가설에 따르면,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보상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는 생각. 과연 그럴까. 1999년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본의 아니게 명예퇴직을 권고 받은 58세 과장이 사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