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채널을 돌리다 스스로 ‘비닐바지 입은 딴따라’라 소개하는 가수 박진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1994년 데뷔 때부터 전성기를 누렸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빨간 구두를 신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디스코 춤과 노래도 신났지만 그의 목표는 더 매력적이다. 그는 60세 때 가장 춤을 잘 추는 것이 목표이고 60세 때 환갑콘서트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멋진가! 며칠 전, 서점에 들렀다가 영국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쓴 동화책을 봤다. 클래식에 위트를 가미해 영국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가받는 그가, 이미 충분하여서 더 이상 이룰 꿈도 없어 보이는 73세 그가 동화책을 썼다. 그의 위트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익어있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청춘인가! 박진영이 꿈꾸는 60세, 폴 스미스의 반짝반짝 창조적 삶을 사는 73세와 달리 한국고용정보원의 ‘베이비부머의 일자리 퇴직 후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종단연구’에 의하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직장이 곧 자신’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정년퇴직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곧 인생의 상실로 느낀다고 한다. 또 공통적으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 즉 기존의 인식, 타인과의 비교에
꽃이 지고서야 문득 꽃을 보네/ 네가 떠난 뒤에 비로소 널 만났듯 / 향기만 남은 하루가/ 천년 같은 이 봄날(민병도의 낙화)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화양연화는 그때가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마련이다.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추억하기에 화양연화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서 아련히 살아있다. 잠시라도 내가 인생에 태어난 이유며 살아있음을 기억하는 의미있는 순간으로 말이다. 풋풋했던 20대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세계 석학들을 초청한 심포지엄 일로 한 친구를 만났다. 이후 줄곧 우리는 서로 의지하는 둘도 없는 친구로 살고 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직장을 그만두고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용기를 못 내던 친구가 최근 박사가 됐다. 그가 공부를 망설일 때 나는 강력하게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가 석사 학위를 받고 나서도 나는 그의 등을 또 밀었다. 늦었다하더라도 넌 공부하는 걸 좋아하므로 박사까지 마쳐야 한다고. 그러나 그의 박사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검은 머리는 새하얗게 되었고 눈은 침침해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서도 줄줄 눈물을 흘리며 공부를 이어가다가 결국 아파서 119에 실려 가기도 하였다. 그가 그 힘든 과정을 다
필자는 20대의 두 딸을 둔 엄마다. 두 딸은 외모도 성격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공통점이 하나 있다. 외모 가꾸기에는 도통 관심이 없지만 자기 관심분야는 몰입하여 즐긴다는 것이다. 추리소설 읽기를 즐기는 큰 딸은 개봉 영화는 모두 다 봐야만 하는 영화마니아이다. 땀흘려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작은 딸은 병원에서 하는 봉사활동에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다. 오늘도 자기 관심에 몰두하고 있는 두 딸은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는 제법 아마추어를 넘어 전문가 냄새까지 솔솔 풍긴다. 교육의 핵심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교육이 교육답기 위해서는 아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실제 교육현실은 우울하다. 부모들은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지 보다 오로지 성적에만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부모 세대와는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지능지수(IQ)라는 환영에 여전히 사로잡혀 산다. 좋은 성적=IQ로 보는 인식은 구태의연하다. IQ와 사회적 성공의 상관관계 연구중에는 IQ가 높은 사람 중 20%만이 사회적으
진로상담을 할 때 알고 있는 직업을 적어보라고 하면 20개 이상 적는 이가 드물다. 그렇다면 직업은 몇 개나 될까? 한국직업사전에 등록된 직업 수만 1만 3천개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직업이 있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일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또 겨우 버티고 있는 직업들도 위태위태하다. 이 위기가 지나간다 해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빠르게 바꿔놓을 것이다. 2023년에는 하늘을 나는 일명 ‘플라잉 카’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한다고 하고 드론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는 이 시대, 삶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없이는 미래를 대처할 수 없다. 만 15세~29세 청년들을 추적 조사한 청년패널 자료에 의하면 첫 직장에 들어간 청년 10명중 3명은 입사 1년 내에 퇴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필자의 업무 중 하나는 직원채용이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지원자들을 면접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다. 바로 자신에 대한 이해와 직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기이해와 직업세계에 대한 숙고 없는 직업 선택은 잦은 이직, 퇴사, 경력단절을 야기한다. 그 결과 당사자들은 도대체 내가 무엇을 위
카프카의 변신처럼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그러나 존재하는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고 그 공포와 닥쳐올 위험에 대한 대비로 바쁘다. 처참하고 우울한 변신이다. 코로나19사태가 진정이 되어도 경제활동, 라이프스타일, 인간관계, 사회망 모두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할 것이다. 즉 코로나19 전과 후는 우리 삶의 대 변혁을 예고한다. 이른바 ‘언택트(untact)문화’는 빠르게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았던 기성세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졌다. 대학도 어김없이 변화해야 했다. 문 닫힌 각 대학들은 의도치 않게 사이버대학으로 변신을 했다. 한 번도 시도 해보지 않았던 낯선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느라 교수들은 진땀을 흘리고 강의부실을 호소하는 학생도 학교도 적응하는 과정에 모두 혼란스럽다. 필자는 사이버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사이버대학은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학사일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등록률도 높아졌다. 지금 여러 대학에서 터져 나오는 학생들의 수업 질에 대한 볼멘소리는
내 가슴에는 강렬한 시가 있다. 이름난 시인의 시도 아니고 레토릭이 멋진 것도 아니다. 그 시는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이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지인과 그의 어머님을 모신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작은 유리문 너머 하얀 단지에 적힌 글이 내 눈에 크게 들어왔다. ‘그곳에서는 발을 편히 피고 쉬시라.’ 하얀 단지에는 어머니를 향한 자식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시가 되어 박혀있었다. 그 시를 읽으면서 얼굴을 직접 뵌 적이 없지만 ‘참 좋은 어머니였구나!’에 생각이 미쳤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분처럼 느껴졌고 한 쪽 마음이 아려왔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누구인지 지인에게 물어보니 뜻밖에도 본인 글이라 했다. 이 사람은 평소에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마치 로봇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이 시를 쓸 수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아주 평범한 사람이 이렇게 멋진 시를 쓰다니 놀라웠다. 플라톤이 말했던가?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사랑하는 어머니를 보내며 써내려간 극히 개인적인 추모의 글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마지막 편지’가 됐다. 나는 팝가수 중 아델을 좋아한다. 자신의 사랑 경험을 노래로 만드
며칠 전 오롯하게 혼자서 영화관을 찾았다. 내가 평생을 두고 사랑하는 파바로티와 고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천재 예술가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파바로티와 빛의 마술가라 불릴 고흐의 능력과 감성은 아주 탁월하다. 하지만 그보다 그들은 필자가 삶을 이리저리 엮는 내내 노래로, 그림으로 나를 위로해 준 사람, 씩씩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사랑하면 그 값을 기꺼이 치른다고 했던가. 파바로티가 내한했던 공연과 수많은 CD들을 나는 즐거이 즐겼다. 네덜란드 고흐미술관에서 만난 고흐의 아몬드 꽃은 얼마나 강렬하고 화사했던가! 마치 내가 그 꽃길을 걷는듯했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지 수년..이번에는 영화로 이들의 남기고 간 생애를 만날 수 있었다. 영화는 인간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이자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첫 번째 영화에선 파바로티가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부르는 그 모습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흘렀고 두 번째 영화에선 가난과 외로움에 살던 고흐에게 운명같이 여겼던 고갱이 떠날 때 그의 슬픔이 전이되어 또 한 번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깜깜한 극장에서 나는 숨죽여 남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난 그저 사람들과 빵 한 조각,
언젠가부터 눈을 감는 버릇이 생겼다. 마음이 힘들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울 때 그냥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눈꺼풀을 닫는 것 이상으로 눈을 감는 행위는 생각을 확장시킨다. 생각은 추억과 사람을 소환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게 보면 눈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양한 우리의 감정을 고스란히 비춰주는 거울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가 대인관계에서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눈맞춤이다. 눈을 보면 상대의 기분이나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면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눈은 눈물로서 또는 눈을 감음으로써 힘듦을 표현할 수 있다. 입은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눈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을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눈맞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초적인 단계로 사회심리학분야에서는 이 눈맞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되어왔다. 심리학자 메러비안은 소통을 위한 상호작용에는 말과 같은 언어적인 것과 손짓, 표정, 눈짓과 같은 비언어적인 것이 있는데 우리가 상호작용을 할 때 의외로 비언어적인 수단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밝혔다. 일
한동안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면 가슴이 설레였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의미가 사라지자 무감(無感)해졌다. 한때 나의 가슴을 뛰게 했던 소중했던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순간 고독해지고 먹먹함이 밀려온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이 시작됐다. OECD국가의 평균 자살률 인구 10만명당 11.5명의 2배 이상인 24.7명. 주춤했던 자살률이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시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올해는 연이은 유명 연예인의 자살이 모방자살인 베르테르효과로 이어져 우리사회의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연예인, 이들은 왜 자살을 하는 걸까? 악풀, 우울증, 정체성혼란 등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필자는 이들에게 ‘의미의 상실’은 자살행동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연예인 자살이나 사망 뉴스를 접할 때 마다 필자는 떠오는 얼굴 둘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신해철과 김광석이다. 이들은 필자에게 한때 의미 있는 친구들이었다. 지금은 대학에 몸을 담고 있지만 오랜 기간 방송작가로 활동을 했던 필자는 다양한 가수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대학에 있다 보니 수강신청을 하는 기간이 되면 많은 상담요청이 온다. 그런데 어느 날 연구실로 나이 지긋한 어머니가 찾아왔다. 이야기인즉슨 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데 어떤 과목을 들어야하는지 고민하길래 답답해서 찾아왔노라고 했다. 대학생 딸의 수강신청을 어머니가 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딸에게 조언을 하는 정도면 그냥 넘길 수도 있다. 문제는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겠다고 어머니가 자발적으로 왔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날 학생의 어머니가 오히려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대학생 자식의 수강신청까지 관여해야 하는 어머니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타인의 과제에 침범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설령 미움을 받더라도 말이다. 필자 역시 자녀교육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부모와 자녀의 과제분리, 심리적 의존에서 독립하기다. 자식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가고 좋은 직장을 잡는 것은 부모의 과제가 아니라 자식의 과제이다. 발달심리차원에서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하느라고 부모에게 까칠하게 군다. 자신이 부모의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말을 안 듣는다. 자기일은 자기가 하겠다고 우기며 어깃장을 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