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산책하던 중에 배를 하늘로 향해 누워있는 어린 매미를 발견했다. 날개가 돋아나는 우화(羽化)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날개가 온전히 펼쳐지지 못해 그냥 나무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집으로 가져와 풀과 나뭇잎을 넣어 집을 만들어줬다. 개미의 공격도 피하고, 짧은 매미의 생애와 매미가 주는 교훈을 알기 때문이다. 매미는 땅속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7년 정도를 애벌레인 상태로 땅속에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땅속에서 나와 성충이 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간다. 천적이 없는 저녁 시간에 번데기 상태에서 2~6시간의 탈피의 과정을 거쳐 2쌍의 날개를 달고 자유의 몸이 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결과라는 말처럼 그냥 되는 게 없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품고, 사연을 안고 태어난 매미지만 주어진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다. 수컷 매미는 수명이 암컷보다 더 짧다. 한 여름에 귀를 따갑게 울리는 매미의 소리는 짝을 찾기 위한 수컷 매미의 타는 목마름이다. 그래서 더 서럽게 울 수밖에 없다. 소음이 아닌 사랑의 세레나데로 여기면 어떨까. 밤에 우는 것은 인간이 만든 불빛의 영향이 크다고 하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최근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의 횡포(The tyranny of merit)’이라는 제목의 책 출판을 기념한 테드(TED) 강연에서 세계화는 깊은 불평등과 임금 정체를 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소득 등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세계화 옹호자들은 비판했다. 여기서 능력(merit)은 실력이나 성과, 지능 등을 뜻하는 용어지만 능력주의(meritocracy)에는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받거나 능력 있는 계층의 지배층'이 운영하는 어떤 정부를 가리키기도 하고, 원칙 외의 뭔가에 차이를 두는 체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금의 코로나 확산은 교육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수선공, 식료품 가게 점원 등과 같이 급여가 낮다고 무시하고, 존경하지 않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이 의존해 왔었는지를 자각하게 해준다고 했다. 그동안 공부라는 기준으로 누구는 사무직으로, 누구는 청소부가 되는 능력주의는 공공의 선을 손상시키고, 직업에 열등의식을 심어주는 오류에 빠지게 했다며 이제는 그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참작하여 급여나 사회적 인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영국의 평론가겸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목적이 없는 사람은 키 없는 배와 같고 한낱 떠돌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목적은 일종의 나침반이고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목적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목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목적이 흐려지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목적 없는 산만함’이라 한다. 고민은 많이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역설과 잇닿아 있다.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당장은 늦더라도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링컨은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라는 말로 이해된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빨리 나무를 베지 뭐하는 거냐며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된 포기를 통해 원하는 목표점에 먼저 도달할 수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
미국 작가 스펜서 존슨의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쥐 두 마리와 꼬마 인간 두 명이 어떻게 변화에 대처하는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치즈는 일종의 삶의 목표이자 추구하는 방향 등을 의미한다. 쥐와 인간은 매일 아침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변화에 대응하는 태도는 달랐다. 직관력이 뛰어난 쥐는 치즈가 줄어들고 있음을 감지하고 매일 치즈 창고 주변을 점검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라진 치즈를 보면서도 다시 채워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와 변화를 무시하거나 축소하려는 낙관 편향을 보인다. 지금은 변동성이 심하고(Volatile), 불확실하고(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Ambiguous)한 ‘VUCA 시대’다. 변화 속도가 빠르고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덮치면서 어느덧 세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시대’로, ‘불확실성’을 넘어 미증유의 ‘초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오늘날의 위기는 위기가 현실화되는 속도와 모멘텀이 함께 작용하면서, 파급 효과는 다양한 속도로 전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나 개인은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알렌 랭어 교수는 1978년 “왜냐하면”이라는 이유를 포함한 질문이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대학교 캠퍼스에서 복사기 앞에 긴 줄로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 먼저 복사를 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세 가지 유형의 질문으로 끼어들기를 하도록 요청받았다. 어떤 질문 형태가 줄을 선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끼어들기, 즉 먼저 복사를 허용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 질문은 “죄송합니다. 복사할 게 5페이지입니다. 먼저 복사해도 될까요?”였고, 두 번째 질문은 “죄송합니다. 복사할 게 5페이지입니다. 복사하려는데 먼저 복사해도 될까요?”였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은 “죄송합니다. 복사할 게 5페이지입니다. 급해서 그러는데 먼저 복사해도 될까요?”였다. 세 질문의 차이점은 ‘복사하려는데’, ‘급해서 그러는데’와 같은 구차한 이유가 추가됐을 뿐이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질문에는 60%의 사람들이 끼어들기를 허용했다. 두 번째 질문에는 93%, 마지막 질문처럼 바쁘다는 단순한 이유를 말했음에도 94%의 사람들이 허용했다. 왜냐하면 이유가 들어간 말에는 일반적으로는 자동적 사고가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