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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목적이 이끄는 삶

  • 임창덕
  • 등록 2020.07.31 06:22:55
  • 인천 1면

 

 

영국의 평론가겸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목적이 없는 사람은 키 없는 배와 같고 한낱 떠돌이에 불과하다”고 했다. 목적은 일종의 나침반이고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목적없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실패를 계획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목적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목적이 흐려지거나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런 경우를 ‘목적 없는 산만함’이라 한다. 고민은 많이 하지만 답은 보이지 않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역설과 잇닿아 있다.

 

목적지까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당장은 늦더라도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이유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링컨은 나무를 베기 위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5분을 사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천천히 서두르라’는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라는 말로 이해된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빨리 나무를 베지 뭐하는 거냐며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통제된 포기를 통해 원하는 목표점에 먼저 도달할 수 있다.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은 서 있는 위치가 아니라 바라보는 방향이다.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도 바람직한 삶이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며, 목적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한 바 있다. 

 

우리가 꿈꾸는 이러한 목적이나 목표는 내면의 울림이나 직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거나 자본으로 환가되는 그 무엇인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학자인 라캉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꿈꾸는 것이 순수한 의미로 나의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 매개되고, 타인이 좋아할 것 같은 것은 추구한다는 것인데 정작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한다. 마치 미리 정해진, 마치 돌잔치 돌잡이용품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처럼 타인이 정해놓은 목표는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는 책의 내용처럼 타인이 설정한 기준이 정답인 양 맹목적으로, 너무 열심히 따라 살다 보면 정작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기잠재력을 상실하고 만다. 타인이 원하는 목적은 조금은 빠르고, 조금은 화려한 무엇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조금 느린, 어떤 때는 모난 경우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목적이 이끄는 삶에서 사건에 해당하는 목적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 그 과정 자체도 소중하다. 그리고 너무 미래만을 바라보고 살면 현재를 희생하게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유일하게 할 수 없는 날이 이틀이 있다. 바로 어제와 내일이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거나 너무 내일만을 위한 삶도 유의해야 한다.

 

오늘에 충실하면 결국 내일이 오늘이 된다.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되 내일을 위해 오늘을 편집하거나 오늘은 위해 내일을 저당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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