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詩와 함께 하는 오늘]지지대를 떼어내며
지지대를 떼어내며 /장병천 마침내 그대는 길을 건너고 나는 지상을 떠멘다 그대가 내려놓는 세상은 가볍기만 해서 바람 없이도 수만 번도 날 수 있을 테고 너끈히 부러진 날개를 고쳐 메고 다시 가장 높은 하늘 한 바퀴쯤 넉넉히 돌 것이다 바라만 보던 중턱쯤에 키를 맞출 것이다 영영 결별을 선언할 것이리라 너를 묶었던 내 마음도 떨어져 나갈 것이리라 묶인 자리 패인 상처들도 제 자리를 잡아가는데 나는 도무지 아침이 멀기만 하다 그대의 품에서 청의가 빛날 때 낮은 곳에서 부르는 내 노래는 싱그럽다 하나 둘 넘어졌던 걸음들이 일어설 때 나는 자리를 비켜줘야 할 것이리라 주섬주섬 앉은 자리를 치워줘야 할 것이다 함께 휘거나 꺾이거나 넘어졌던 마음들도 ■ 장병천 1959년 충북 괴산출생, ‘창조문학’, ‘동양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한국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비존재’ 동인, 충남문학상, 창조문학상 수상, 시집 ‘한번은 나부끼는 바람이고 싶다’ 외 5권, 충남 아산 설화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