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을 한다. 호숫가를 걷다보니 가장자리에 작은 집이 보인다. 누런 박스로 된 허름한 집 한 채. 마침 주인장이 고개를 파묻고 아침잠을 자고 있다. 하얀 바탕에 노란 얼룩.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는 등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 작은 박스가 고양이의 보금자리인 모양이다. 홍콩의 센트럴역이 생각난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동남아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보도블록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정도 되는 공간을 각각 차지하고 박스를 낮게 세워 경계를 구분한 그곳에서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가사도우미로 온 필리핀 여자들이었다. 임금도 훨씬 싸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이 고용한다. 그런데 홍콩의 집값이 워낙 비싸고 면적도 좁다보니 그들에게 방 하나를 내줄 수가 없다. 주어진 공간은 선반이나 다락같은 곳이라고 한다. 평일에는 거기에서 잠을 자지만 주말에는 일을 쉬니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역 주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휴일을 보낸다. 역사상 인간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 중 하나가 노예무역이다. 노예선박의 해상 이동 과정은 알다시피 끔찍하다. 선박 갑판 아래 사람이 겨우 누울 자리, 그것도 서
아침 산책을 한다. 호숫가를 걷다보니 가장자리에 작은 집이 보인다. 누런 박스로 된 허름한 집 한 채. 마침 주인장이 고개를 파묻고 아침잠을 자고 있다. 하얀 바탕에 노란 얼룩.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는 등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 작은 박스가 고양이의 보금자리인 모양이다. 홍콩의 센트럴역이 생각난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동남아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보도블록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정도 되는 공간을 각각 차지하고 박스를 낮게 세워 경계를 구분한 그곳에서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가사도우미로 온 필리핀 여자들이었다. 임금도 훨씬 싸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이 고용한다. 그런데 홍콩의 집값이 워낙 비싸고 면적도 좁다보니 그들에게 방 하나를 내줄 수가 없다. 주어진 공간은 선반이나 다락같은 곳이라고 한다. 평일에는 거기에서 잠을 자지만 주말에는 일을 쉬니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역 주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휴일을 보낸다. 역사상 인간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 중 하나가 노예무역이다. 노예선박의 해상 이동 과정은 알다시피 끔찍하다. 선박 갑판 아래 사람이 겨우 누울 자리, 그것도 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여름은 잘 견디는데 겨울이 힘들다. 한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더워도 얼음물은 잘 안 마신다. 시원한 것보다는 따뜻한 것이 좋고 시원시원한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더 좋다. 털실로 짠 스웨터가 좋고 극세사 이불이 좋고 포근한 목도리가 좋다. 봄빛을 닮은 고양이의 털이 좋고 날 위해 건넨 따뜻한 커피가 좋다. 따뜻한 가슴과 눈빛과 손길이 좋다. 따뜻한 사람에게서 전해지는 말의 온기가 좋다. 온기라는 말을 하면 몸속부터 데워지는 것 같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면 반쯤은 친해진 것 같다. 사람은 상대의 체온을 느낄 때 마음의 벽을 허문다. 친구들과 잡은 손에서 전해진 온기는 평생을 가지 않는가. 사람과 만나 악수를 할 때에도 우리는 온기를 느낀다.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상대를 해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손을 내민다. 손을 잡아 서로의 온기를 전달하는 행위로 상대에게 믿음을 준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 뜨거운 말은 상대를 녹인다. 그러는가 하면 냉기가 흐르는 말은 상대의 심장을 얼린다. 미지근한 말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차가운 말은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