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아침의 시] 열 개의 손가락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호주머니 안에서 손가락들이 꿈틀거린다 젖먹이처럼 곤지곤지를 하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죔죔을 할 수도 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가들은 엄지손을 쪽쪽 빨다가 고개를 가누고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배밀이를 한다 머지않아 바닥을 기던 손은 덩굴손처럼 영글어서 무엇이든 움켜쥘 수 있을 것이다 흐느끼는 사람의 어깨를 누군가 가만히 움켜쥔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외투가 당신의 어깨에 걸쳐졌다 당신과 나는 열 개의 손가락을 나눠 가졌다 그것으로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약력 ▶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입술의 문자』(민음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