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부터 나의 별명은 ‘이천’이었다. 이천에서 대도시로 진학한 나를 친구들은 그렇게 불렀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나에게 농담어린 친구의 시비조(“야, 이천! 3·1운동 때 이천 사람들은 만세 안 불렀냐?”)는 창피함을 넘어 자존심까지 조금 상하게 했지만, 정말 친구 말대로 역사교과서에는 3·1운동이 일어난 지역에 이천은 비어있었기 때문에 나는 반박 한번 못하고 쓴웃음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이천 시립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펼쳤을 땐 충격을 넘어 미안함까지 밀려왔다. 이천문화원에서 발간된 책의 기록에는 1895년 을미사변 이후 한일강제병합 전까지 이천은 저항 없던 굴욕의 땅이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해 민족자존의 회복을 염원하는 의병운동의 뜨거운 용광로였다는 것이 요지였다. 기록된 내용 중, 먼저 끔찍했던 ‘이천충화사건’을 살펴보자. 1907년 8월1일, 을사늑약 이후 한반도를 차례로 침탈하던 일본은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해산하게 되는데, 해산된 군인들은 의병군에 가담하면서 보다 체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며 자화상이다. 정서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울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구타와 육체적인 처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폭력, 가혹행위, 방임, 유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행위자의 80% 이상이 부모라고 한다면 국민들 또한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취중에 발생하고 서민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어린 자녀가 보는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가 때리고 욕설을 하면서 흉기를 휘두르는 행위를 보게 된 자녀들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고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분명 악순환이 된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조에 감금하고, 락스를 뿌리고, 찬물을 퍼붓고, 굶주림과 타박성 피하출혈, 옷을 벗겨 저체온증, 어린이집 급식판에서 김치를 먹게 하다 아이가 뱉어내자 머리를 내리치는 장면, 진정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학대할 수 있단 말인가! 훈육이란 부모가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연일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월 새벽 2시쯤 112신고가 접수됐다. 내용인즉 자신이 여자친구를 집에 돌려보내 주지 않고 있으니 잡아 가라는 것이었고, 옆에서는 한 여성이 울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를 접수한 즉시 순찰차량과 경찰서 형사기동대 112타격대 등 18명이 투입해 수색을 실시했으나 조롱이라도 하듯 전화기를 꺼버리는 등 오라고 했던 장소 부근을 다 수색해도 관련자를 찾지 못했다. 다음날 늦은 오후 연락이 되어 주소지 경찰서의 강력팀과 공조해 사실여부를 파악한 바, 취중에 애인과 말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엄중하게 경고한 후 훈방하는 일련의 해프닝 같은 사건이었다. 이와 같은 112허위신고에 대해 경찰은 형사책임은 물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로 작년 불과 20여일 사이에 총 26회의 상습적인 허위신고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35세의 피의자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현행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12허위신고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등으로 각각 처벌할 수 있고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된 끝에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자 참혹한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가 바로 국제연합(UN)과 국제통화기금(IMF)이다.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평화를 유지 관리하려는 다자주의의 결과물인 UN과 IMF는 당시 경제대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다. 이후 영국과 유럽 각국은 유럽경제공동체(EEC),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유럽연합(EU)이라는 새로운 다자주의 체제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저성장으로 소득이 정체되고 기득권층 위주의 정책 탓에 중산층의 경제적 위기감이 확대되었다. 여기에다 사회 양극화 심화 및 이민자 급증과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민족주의적 경향마저 커져왔다. 70여 년 전 다자주의 탄생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영국이 지난 6월 말 국민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브렉시트)하는 독자 노선을 택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정치적 계산착오로 브렉시트 사태가 현실화되면서 영국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최근 영국 파운드화는 1985년 이후 최저 수준인 파운드당 1.28달러대(브렉시트 직전 1.49달러)
경찰이 되기 전 영화관 매니저로 일할 때 ‘작은 돌풍’을 일으킨 영화가 있었다. 바로 ‘한공주’다. ‘한공주’는 지난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영화를 본 국민들에게 밀양사건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최근 밀양사건과 범죄유형은 물론 피해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에 있어서 매우 유사한 모습의 집단 성폭행 기사를 두 개나 접하게 됐다. 하나는 22명의 고등학생들이 2명의 여중생들을(도봉 성폭행사건), 또 다른 하나는 4명의 고등학생들이 1명의 여고생을 성폭행한 사건이다. 인면수심의 성폭행 가해자들은 죗값을 치르기는 커녕 일부는 외국명문대에 진학하거나 군 복무를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다. 반면 피해자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대인기피증을 겪으며 평생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집단 성폭행사건은 1차 범죄 이후에도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가 여럿이기에 피해자의 보복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배가돼 신고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단서로부터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는 경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
최근 김모씨는 경찰서로부터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 요청서를 우편으로 받고 깜짝 놀랐다. 경찰관으로부터 교통법규위반행위로 단속을 당한 사실도 없고 도로에 설치된 단속카메라에 위반사실이 찍힌 것도 아닌데 사무실 앞 대로변 사거리에서 진로변경방법을 위반하여 신고되었으니 사실 확인을 하여 달라는 우편물이었다. 경찰서에 출석하여 확인한 위반 내용은 교차로를 통과할 때에는 통과 중에 차선변경을 하면 안되는데 변경을 하였고 그 당시 장면을 뒤따르던 일반시민이 차량 블랙박스 화면을 근거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 이처럼 차량 운행 중 경찰관의 현장 단속이 없어도 일반 시민들의 차량용 블랙박스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공익신고는 신고자에 대한 혜택이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경찰에 접수된 공익신고는 39만여 건으로 2014년 11만여 건에 비하여 3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1일 평균 2천500여건의 공익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천여 만대로 국민 3명 중 1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고 생활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오늘날 과거에는 눈앞에 보이는 불법행위들에 대해 시민들이 무관심 내지는 관용하
아주 오래 전 보았던 ‘빠삐용’이란 영화가 있다. 성격배우 스티브 맥퀸이 명연기를 펼친 명화로 프랑스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이다. 그 영화를 본지 이미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특별히 한 장면이 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내용인즉 이러하다. 주인공인 빠삐용이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다. 옥살이도 보통 옥살이가 아니라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섬 감옥에서 하는 옥살이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빠삐용의 심사는 사나울 수 밖에 없었다. 죄 없이 무기징역을 살아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수 없어 한탄하는 세월을 살았다. 그러던 중 어떤 사건으로 독방에 수감되어 두 달간 격리생활을 하게 되었다. 햇볕조차 들지 않는 최악의 상태인 독방이었다. 그런데 독방생활에서 풀려난 날, 그는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말하게 된다. “내가 죄 없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하늘을 우러러 큰 죄인이다. 무슨 죄냐? 세월을 낭비한 죄이다. 젊은 시절 주어진 세월을 허랑방탕하며 낭비한 죄인이다.” ‘세월을 낭비한 죄’, 실로 실감나는 죄이다. 하나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하실 때
출·퇴근을 하다보면 도로에서 겪는 체증은 누구나 경험하는 스트레스다. 특히 매일같이 반복되는 교차로에서의 정체를 경험하면서 운전자나 탑승자 모두 속이 터진다. 더욱이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교차로에서는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고 차가 망가지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절반 이상이 교차로 및 횡단보도 지점이다. 특히 교차로가 혼잡해질 때면 서로 먼저 가려고 마음이 조급해져 측면 충돌이나 추돌 형태의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 또한 커진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지난 2014년 교통사고 피해액은 무려 26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인적 피해비용이 가장 많아 15조6천만원(59%)이며, 차량손해와 대물피해비용이 36.3%인 9조6천만원, 사회적 비용이 4.7%인 1조2천만원이다. 이는 전년 24조444억원보다 9.5%포인트 증가한 숫자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 1천485조780억원)의 1.8%, 국가 전체 예산(274조6천673억원)의 9.7%에 이른다. 2014년 교통사고 사상자는 179만6천997명(사망 4천762명, 부상 179만2천235명)으로 18초마다 1명이 죽거나 부
새벽 3시경 교통사고가 잦아들 때쯤 감정이 고조된 민원인이 교통조사계에 문을 두드린다. ‘보복운전을 당했으니 처벌해주세요, 내가 이놈을 가만 두지 않을 겁니다.’라며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내민다. 영상을 확인해 보면 십중팔구 끼어들기, 급제동 등 조그마한 이유가 원인이 되어 관련된 두 차량사이에 미묘한 감정싸움이 시작되고 위협적인 운전과 욕설이 오가고 끝내는 감정이 폭발한다. 법률상 난폭운전이란 도로교통법 제46조의3(난폭운전 금지) 2015년 8월 신설되어 신호위반, 속도위반, 앞지르기, 진로변경, 급제동 등의 위반이 중첩되거나 지속 또는 반복되었을 경우 범칙금을 중첩해 부과하고 행정처분 및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으나 지속 또는 반복에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있다. 또한 보복운전은 형법상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아 특수협박 및 특수상해죄 등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따로 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고, 보복운전이란 이름만 거론 되고 있을 뿐 법률상 개념은 아니다. 그럼에도 왜 유독 요즘들어 난폭운전, 보복운전이 거론되는가? 그것은 도로교통 예절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현대인들은 대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젊은 청년이 전동차 사이에 끼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으며 강남역에서는 연약한 여성이 묻지마 살인으로 처참히 죽임을 당했다. 3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사태도 알고 보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평형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컨테이너를 넣어 일어났으며, 가습기살균제 사태도 돈에 눈이 어두워 사용해서는 안 될 유해물질을 섞어 수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한 것이다. 이러한 생명경시풍조를 바로잡고 어린이집에서부터 노인정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에 맞는 생명존중교육을 통해 생명존중문화를 확립하고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지난 5월12일 생명존중선언문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을 통해 대국민 설문조사를 시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선언문 초안을 만들었으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이를 다듬었다. 선언문을 간략히 소개하면, 먼저 생명존중선언문이 제정된 배경에 대한 소개와 이어 생명의 핵심가치를 생명의 책임성, 평등성, 안전성, 관계성의 넷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생명존중의 책임은 바로 우리에게 있으며 그 어떤 이유로도 생명의 존엄성은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생명을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