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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검열의 필요성에 대하여

 

모든 것은

곱게 수정될 수 있다



안 되는 건 오직

우리들 마음속의

네거티브 필름

 

 

 

구동독 정보국에 체취까지 채집 당해 보관됐던 시인 라이너 쿤체. 그는 시를 썼을 뿐이었습니다. 아끼고 아낀 말로, 섬세하고도 아름다운 서정시를. ‘말은 화폐/진짜일수록,/더 단단하다’(<모든 언어의 동전> 전문) 단 세 줄인 그의 시에 어떤 설명도, 감상도 덧붙일 수 없었습니다. 덧붙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철학과 언론학을 전공하고 강의를 하다가 정치적 이유로 학문을 중단하고 자물쇠 보조공으로 일하던 중 그는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했습니다. 이를테면 휴가 때 그가 시골에서 물을 몇 양동이 길었는지까지 정보국은 기록했다는군요. 그의 시가 서정시인 이유를, 시편 대개가 그토록 짧은 이유를 짐작하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더 정제되고 아름다워진 단단한 동전이 된 모양입니다. 외관상의 형식이나 내용은 수정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마음속의 네거티브 필름까지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을까요? /이진희 시인

- 라이너 쿤체 시집 ‘시’/ 2005년/ 열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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