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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성남 구도심의 심장 ‘모란시장’, 전통시장 넘어 미래 상권으로 변화의 길목에 서다

성남 구도심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모란시장이 반세기 넘게 지역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며 변화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1960년대 개척 시기의 장터에서 출발해 수도권 대표 5일장으로 성장한 모란시장은 상권진흥구역 지정과 환경 정비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상권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개척 시대 속에서 태어난 시장

 

모란시장은 1962년경 모란개척단의 김창숙이 현재 시장 인근에 장터를 마련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 이름은 평양의 명승지 ‘모란봉’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1960년대 성남 구시가지 개척과 1968년 광주대단지 조성으로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업 활동이 활기를 띠었고,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졌다.

 

1970년대 초 서울 도심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민과 상인들이 성남 일대로 옮겨 오면서 수진교와 대원천 일대 길가에 장이 형성됐다. 1974년에는 4·9·14·19·24·29일에 서는 5일장 형태의 정기시장이 제도권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1963년경 폐지된 조선시대 15대 장 중 하나인 송파장의 수요와 전통이 모란시장으로 이어지면서 ‘송파장 후계 5일장’이라는 상징성도 더해졌다.

 

◇시설 개선과 상권 정비

 

현재 모란시장은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수인·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이 만나는 모란역 인근에 위치해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자랑한다. 지금도 모란민속5일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장날이면 성남 원도심은 물론 분당·판교·용인·광주·강남 등지에서 방문객이 몰려들어 주변 도로가 혼잡해질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2015년 기존 시장 건물을 철거한 뒤 길 건너편에 새 시장 건물을 조성하는 정비 사업이 추진됐고, 2018년 2월 새 건물로 이전·재개장하면서 시설과 위생, 보행 동선 등이 대폭 개선됐다. 기존 시장 부지는 도로 기능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정비돼 주변 산업단지와 도심 교통 흐름 개선에도 활용되고 있다.

 

시설이 좋아지는 변화 속에서도 상인들은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시장’의 가치를 강조한다.

 

 

30년 넘게 채소가게를 운영해 온 김영순(65) 씨는 “모란장에서 장사한 지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이 시장이 좋아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육류 판매를 하는 정해철(58) 씨는 “요즘은 대형 쇼핑몰도 많고 인터넷으로 뭐든 살 수 있지만, 단골손님 얼굴 보며 안부 나누는 재미는 여기서만 느낄 수 다. 그것이 아직도 모란장을 찾는 이유일 것”이라고 전했다.

 

장날 새벽마다 점포 문을 여는 상인들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건어물 상인 이정자(62) 씨는 “장날이면 새벽 4시부터 준비하느라 고단하지만 손님들로 골목이 꽉 차는 걸 보면 피곤한 줄도 모른다. ‘다음 장날에 또 올게요’라는 말이 제일 큰 보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요즘은 교환·환불도 잘 해 드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려고 노력한다. 전통시장도 신뢰가 있어야 손님이 다시 온다”고 강조했다.

 

전통과 변화의 균형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잡화점 사장님은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오래된 모습만 고집할 수는 없다. 위생이나 시설은 현대적으로 바꾸되, 흥정하는 재미와 정겨운 말투 같은 건 계속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모란장은 물건만 사는 곳이 아니라 추억을 쌓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 손 잡고 오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는 걸 보면, 이 시장의 세월이 그대로 느껴진다”고 했다.

 

 

젊은 손님들의 변화된 소비 문화를 반영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다혜(39) 씨는 “요즘 젊은 손님들은 ‘사진 찍기 좋은 곳’도 중요하다더라. 그래서 음식도 깔끔하게 담고, 가게도 최대한 보기 좋게 꾸미려고 한다. 전통시장도 변해야 산다 싶다”고 말했다. 건어물·마른안주 가게를 지키는 장근호(55) 씨는 “힘들어도 버티는 이유요? 모란장이 사라지면 성남의 역사 한 장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마지막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 뿐”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시는 2020년 모란시장 일대 약 4만 750㎡를 ‘성남모란 상권진흥구역’으로 지정하고 모란시장·모란종합시장·모란전통기름시장 등 세 개 전통시장을 하나의 생활상권으로 묶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4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철판요리 중심의 야시장 거리 조성, 모란전통기름시장의 ‘고소한 기름거리’ 브랜드화, 음식점 밀집 구역의 맛집 거리 리모델링 등 특화 거리 조성을 골자로 한다. 모란종합시장에는 전통 기름의 연구·개발·전시·교육 기능을 갖춘 ‘기름연구소’ 설치 구상도 포함돼 전통 식문화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역세권 개발과 함께 맞이할 변화

 

현재까지 모란시장을 아파트 단지 등으로 직접 재개발하는 공식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통시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상권 경쟁력을 높이는 도시재생형 정비가 기본 방향으로 평가된다.

 

성남시는 ‘202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통해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재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며, 산성역에서 모란역으로 이어지는 8호선 축은 핵심 정비 구역으로 꼽힌다. 주변 수진1구역, 신흥1·3구역, 태평3구역 등에서 공공재개발과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모란역 일대 역시 중장기적으로 고밀도 주거·상업 복합 개발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모란시장이 단순한 전통 장터를 넘어 역세권 상권과 결합한 복합 상업 중심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인들이 지켜 온 ‘정’과 전통시장만의 분위기를 어떻게 계승·보존하느냐가 모란시장의 다음 50년을 가를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추억과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모란시장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이양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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