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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나를 오른다

나를 오른다                                                /최영규

매일같이 내 속에는 자꾸 山이 생긴다

오르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금세 山이 또 하나 쑥 솟아오른다

내 안은 그런 山으로 꽉 차 있다

갈곳산, 육백산, 깃대배기봉, 만월산, 운수봉…

그래서 내 안은 비좁다

비좁아져 버린 나를 위해 山을 오른다

나를 오른다

간간이 붙어 있는 표식기를 찾아가며

나의 복숭아뼈에서

터져 나갈 것 같은 장딴지를 거쳐 무릎뼈로

무릎뼈에서 허벅지를 지나 허리로

그리고 어렵게 등뼈를 타고 올라 나의 영혼에까지

더 높고 거친 나를 찾아 오른다

기진맥진 나를 오르고 나면

내 안의 山들은

하나씩 둘씩 작아지며 무너져 버린다

이제 나는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있다

나를 비울 수 있다

 

부의라는 따뜻한 시로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시인이다. 시인의 집은 양평 덕항산 부근에 있다. 그도 세계의 고산을 장복하고자 하는 생각으로 히말라야니 고산 영봉 곁으로 무수히 다가갔던 시인이다. 오른다는 것은 곧 내려간다는 것이고 내리고 오르든 간에 자신의 무게를 줄여야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자신이 꿈꾸는 지점에 비박의 텐트나 캠프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인이 자신 안의 산을 다 등정했다고 하는 순간 또 하나의 산이 우뚝 설 것이다. 그것은 상상의 산이나 결국 올라야 하고, 산다는 것은 자신이 비워지지만 어느새 또 채워지는 욕망으로 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삶은 언제나 진행형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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