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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싶을 때가 있다

 

싶을 때가 있다

                                        /이초우

가끔 나는,

나를 잠시 보관할 길이 없을까 하고

한참 두리번거릴 때가 있다

내가 너무 무거워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운명 같은 나를 버릴 수야 있겠냐만

꽤 귀찮아진 나를 며칠 간 보관했다가

돌아와 찾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무게나 부피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별로 크지는 않을 것 같아

지하철 역사 보관함 같은 곳에다

지친 내 영혼

하얀 보자기에 싸서

보관 좀 해 두고 싶을 때가 있다

-이초우 시집 ‘웜홀 여행법’ / 천년의 시작

 



버리기는 아깝고, 끌고 다니자니 무겁고 귀찮은 것들 잠시 넣어두는, 보관함은 얼마나 편리한 공간인가. 더구나 자신이 귀찮아질 때, 스스로 걸어가 스스로의 몸이나 영혼을 잠시 보관할 수 있다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열쇠를 꼭 잠그고. 몸 없는 영혼이 되어, 혹은 영혼 없는 몸이 되어 천지사방을 돌아다니는 기분은 어떨까? 시인의 기발한 발상에 잠시 행복하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넣었다 꺼냈다 하는 영혼이라, ……. 그때 삶은 비로소 행복해질까?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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