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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송곳니

 

송곳니

/이영혜

컴컴한 목젖 다 열어 놓고 잠든

초로의 사내를 본다

성글어진 갈기와 거친 수염

이마에 찍힌 王 자 주름 또렷하다



살기등등하던 뾰족한 치관(齒冠)은 사라져 버렸어도

긴 치근(齒根)은 여전히 성성하게 남아

생피 냄새를 쫓고 있다



석회동굴처럼 깊고 푸른 입속에서

가끔씩 늙은 맹수의 목쉰 포효가 새어 나오는 걸 보면

그는 지금 아마

눈발 휘날리는 아무르 강가나

시베리아의 벌판을 내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집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 천년의 시작




 

 

 

인간의 송곳니는 분명 필요에 의해 생겼을 터인데, 식습관의 변화 때문일까. 현대는 쓰임새가 주도적이지 않다. 송곳니는 퇴화 중인지 모른다. 송곳니를 육식의 흔적으로 추적하는 발상이 재미있다. 목젖을 열어놓고 잠든 사내의 거친 수염과 성글어진 갈기와 이마에 찍힌 굵직한 주름. 가끔씩 거친 숨소리라도 흘러나올 때면 영락없는 원시인간의 모습이다. 벌어진 입속은 사냥을 마치고 잠시 휴식하는 동굴과 흡사하다. 눈발 휘날리는 아무르 강가나 시베리아의 벌판을 내달렸을 인간의 조상들이 애틋해진다. 그 거친 삶이 있었기에 여기 편안한 방에서 읽는 시 한 편이 행복하다.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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