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관제센터에서 일하는
동체시력 소유한 주인공 등장
국내영화서 처음 만나는 소재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인에게
‘순간’의 소중함 등 일 깨워줘
차태현 2년만에 스크린 복귀
독특한 캐릭터… 매력 발산
2일 개봉하는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차태현)가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돼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펼치는 수상한 미션을 담은 작품이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능력으로, 국내 영화에서는 처음 만나는 소재다. 추신수, 이승엽, 무하마드 알리 등 순간적인 움직임에 반응하는 운동선수들에게서 발견되는 동체시력.
여장부는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지고 날아오는 숟가락을 단 번에 잡아내고, 떨어지는 은행잎을 잡아채는 등 소소한 일상 속에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또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인에게 우리가 놓쳐 버리는 ‘순간’의 소중함이나 ‘세상을 느리게 바라보는 미덕’이라는 메시지를 선사한다.
특히 그동안 범죄와 수사물에서 주로 감시의 도구로 쓰이며 부정적인 인식을 주던 CCTV가 영화를 통해 따뜻한 관심의 시선이자, 소통의 매개체로 그려진다.
CCTV는 남다른 동체시력 탓에 칩거생활을 하던 여장부가 20년 만에 세상에 나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모두가 주인공인 200편의 드라마”라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유쾌하고 활력 있는 에피소드들을 만들어간다.
‘과속 스캔들’(2008), ‘헬로우 고스트’(2010),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로 흥행 파워를 인정받은 배우 차태현이 이 영화로 2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언제나 밝고 편안한 옆집 오빠 같은 차태현은 이번 영화에서 독특한 외모, 무심한 듯 시크한 말투의 여장부로 변신해 색다른 매력을 발휘한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말투도 새롭고 캐릭터도 독특하다. 필모 사상 가장 차태현스럽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장부의 최측근들은 각기 다른 사연으로 여장부와 엮인다. 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로, 평범함 속에서 인간적인 개성을 찾아내 영화적 캐릭터들도 극대화됐다는 점이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여장부와 CCTV 관제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캐릭터로는 박사출신 공익요원 병수(오달수), 관제센터의 안방마님 노처녀 심(진경)이 있으며, 여장부가 CCTV로 지켜보며 관심 갖는 인물로는 첫사랑을 닮은 수미(남상미), 외로운 마을버스 운전기사 상만(김강현), 그리고 폐지 줍는 열혈 소년 백구(정윤석)가 있다.
여기에 여장부의 20년 지기 안과 주치의이자 인생&연애멘토 석의사(고창석)까지 최측근 캐릭터들은 그의 수상한 미션에 가담하거나 목표물이 돼 각각의 개성 넘치는 조합을 과시한다.
300만 관객을 사로잡은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과 차태현이 다시 만난 영화 ‘슬로우 비디오’가 여름 극장가 블록버스터 공세에 지친 가을 관객들에게 유쾌한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지 기대된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