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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 산책]꿈속의 생시

꿈속의 생시

                                                 /윤의섭

내가 이 해안에 있는 건

파도에 잠을 깬 수억 모래알 중 어느 한 알갱이가

나를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난 듯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점점 선명해지는 수평선의 아련한 일몰

언젠가 여기 와봤던가 그 후로도 내게 생이 있었던가



내가 이 산길을 더듬어 오르는 건

흐드러진 저 유채꽃 어느 수줍은 처녀 같은 꽃술이

내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처녀지를 밟는다

꿈에서 추방된 자들의 행렬이 산 아래로 보이기 시

작한다 문득

한적한 벤치에 앉아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바다는 계속해서 태양을 삼킨다

하루에도 밤은 두 번 올 수 있다

-시집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



 

관계란 어디에서 오는가. 시인이 해안에 있는 이유는 수많은 모래 중 어느 한 알이 시인을 기억하기 때문이란다. 모래란 시인이 전생에 가졌던 영혼의 편린일 수 있고 손톱일 수 있고 사랑했던 한 사람의 이름일 수 있다. 이것을 계기로 바다와 바닷가와 해의 관계가 이루어지고 시인은 모래 한 알이란 전생의 동굴로 들어가 전생을 반추한다. 현재와 미래, 사와 생이 하나로 통한다. 이것이 이 시인이 추구해 온 시세계이다. 우리가 모든 사물과 주위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모색하는 것도 결국 사를 뛰어넘는 인연을 맺는 일일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관계를 보여주며 꾸준히 특색 있는 시세계를 보여주는 윤의섭 시인에게 존경을 보낸다.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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