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안양점은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15일 간 한국의 전통분청사기 도요지로 명맥을 잇고 있는 전남 무안의 분청사기를 소개하는 ‘다스름-무안분청’展을 연다.
이번 전시는 전통의 아름다움과 질박한 한국미를 구현하고 일본 도자사에 영향을 끼친 무안 분청의 현주소를 재고하는 자리로 박일정, 김두석, 박정규, 임영주 등 무안의 젊은 도예가 4인과 무라타 신(村田森) 일본 교토 출신 도예가가 참여한다.
도예는 양질의 태토와 유약, 고온의 번조 환경이라는 기본 조건을 넘어 현재적인 미감을 반영하기 위한 연구들이 지속돼 왔으며, 그 중에서도 분청자는 특유의 독창적인 분장기법, 제작환경과 표현방식의 개방성으로 인해 전통과 현대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문양에서 돋보이는 과감한 생략, 파격의 다채로운 기형, 격식과 체면을 파괴하는 위트와 추상성은 분청자의 아름다움이며, 욕심 없이 소박한 한국인 본연의 심성을 담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전시 부제인 ‘다스름’은 국악공연에서 본곡(本曲)을 연주하기에 앞서 연주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곡을 뜻한다. 음정과 음색을 맞추는 의미 그대로 ‘음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조음(調音)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짧은 곡조를 연주한다.
지휘 없이 악기들이 음률을 고르는 과정은 서로의 호흡을 존중하고 의지하는 과정이다. 한 음 한 음 날것의 소리에 집중하며 상대의 음률에 귀 기울이는 행위는 다양한 삶의 가치를 존중하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 있다.
권위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다채로운 편린을 투영하는 우리 분청은 그 미감으로 하여금 이와 유사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의 주요 참여작가들은 현재 무안지역을 터전으로 작업하는 청년 도예가들로, 무안 분청의 정통성 즉, 다전통계승과 시대성을 위시한 다양한 변화와 움직임을 주도해 나가야 할 이들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일본 작가 무라타 신의 참여다. 야마다시 망기치로의 연구저서에서 일본분청의 원류로서의 무안 분청을 접한 무라타 신은 무안의 흙과 물, 불로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그는 무안의 흙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본 전시의 참여작가인 김두석, 박정규, 임영주 작가와 인연을 맺게 됐고, 20여일 간 무안에 머물며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듯 전통의 원류를 찾는 과정, 더불어 전통의 계승과정에서 파생된 한·일 청년 도예가들의 조우는 새삼 이채롭기도,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조우의 현재이고 무안의 흙으로 제작, 장작가마 소성을 통해 얻어진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롯데갤러리 안양점 관계자는 “그릇은 비움으로써 쓰여진다는 말이 있다. 속을 비운 그릇처럼 이번 전시가 소박하기에 귀한 삶의 가치를 다시금 가늠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31-463-2715~6)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