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등학교 3학년 소녀가 쓴 100편의 짤막하고 투명한 고백의 시.
책 속에는 인생 중 가장 예민한 시기를 통과하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이 진솔한 언어로 펼쳐져 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사춘기 시절, 시인은 그 질풍노도의 바다를 건너는 방법으로 ‘시’라는 배를 선택했다.
19살 여고생 예담이의 시에는 무엇보다 ‘나’를 향한 간절한 열망이 담겨 있고, 세상을 향한 항변과 질문이 담겨 있고, 때로는 시리고 때로는 뜨거운 그리움과 사랑의 비밀스런 속삭임이 담겨 있으며, ‘인생’의 여러 상처들에서 새어나오는 한숨과 눈물, 흐느낌이 담겨 있다.
가족 이야기, 또래 집단과의 갈등,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 이제 막 눈뜨는 사랑에 대한 설렘, 부조리에 대한 반발 등 그 무렵 회오리처럼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모든 것들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성찰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시인의 시가 모두 진지하고 무거운 것은 아니다. 시인의 어조는 소녀 특유의 발랄함과 아직 때묻지 않은 투명함을 간직하고 있고, 시의 주제에 있어서도 그맘때 소녀가 관심을 가질 법한 것들이 많다.
“너무 생각이 많고 걱정이 많다/수업 시간에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다/학교에 있는 시간 자체가 힘들다/아침이 되면 한숨이 나온다/엄마에게 털어놨다/-시 한번 써볼래?/-시?/시를 쓸 때만큼은 우울하지 않다/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한다/내가 살아 있다는 게 믿어진다”<나에게>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