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입주 이후 24년이 흐른 수원 S아파트에 지난 2월 입주한 김모(41)씨는 입주 전 난방비가 35만원이 넘게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난방감압밸브 내 장착된 유량계가 고장난 것으로 판명돼 2~3만원 정도의 부품값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알았던 김씨는 관리사무소로부터 배관 일부를 교체해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해당 제품의 유랑계 제작업체가 도산해 부품이 단종됐고, 호환되는 제품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해당 제품의 유량계를 사용하는 가구가 10% 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며 “하는 수 없이 3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배관 교체 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지어진 지 10년이 넘는 노후 아파트 내 난방감압밸브에 부착되는 유량계가 같은 단지임에도 종류가 제각각인데다 단종됐거나 호환되는 제품이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배관일부 교체 공사를 해야 하는 사례가 발생, 해당 입주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4일 관리사무소와 배관업체 등에 따르면 10년이 넘는 대다수 노후 아파트에서 이러한 유량계 교체와 관련된 문제가 10가구 당 2가구 꼴로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압밸브에 장착되는 유량계는 난방온수 흐름을 측정하는 부품으로,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하면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았어도 난방비가 과도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제품의 수명은 평균 5년이지만, 크게 문제가 없다면 최장 15년까지 쓸 수 있다는 게 배관업체의 설명이다.
문제는 오래된 아파트에 설치된 유량계의 경우, KS규격 없이 국산과 외국산을 혼용해 설치되다 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제품이 각기 다르고 규격 또한 맞지 않아 고장 시 배관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LH가 짓는 아파트 내 배관설비를 담당하는 A업체 관계자는 “이 문제를 문의하는 입주자들이 종종 있다. 최근 짓는 아파트의 경우 KS규격에 맞는 동일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아파트 내 유량계 부품 고장 관련 가구가 많을 경우, 주민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관리사무소에서 일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