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 밖 선전으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장중 코스피가 3%대 급락세를 보이고, 코스닥이 6% 폭락하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20원 넘게 급등하는 등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버금가는 패닉 장세에 빠졌다.
9일 국내 금융시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에 무게를 두면서도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느긋하게 장을 출발했다.
전날 종가보다 4.7포인트 오른 2,008.08로 개장한 코스피는 장 초반 오름세를 유지하며 2,010선을 밟기도 했다.
코스닥도 2.34포인트 오른 626.53으로 장을 시작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6.0원 내린 1,129.0원으로 개장했다.
클린턴은 안정을, 트럼프는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는 인식이 금융시장에 반영되면서 투자 심리로 연결되는 움직임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날 오전 11시쯤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등 경합 주(州)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달러당 1,135.6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23분 만에 14원 오른 1,149.5원이 됐고, 오후 1시에는 전날 종가보다 22.25원 오른 1,157.25원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진 오후 2시쯤부터 충격파가 다소 가라앉은 데다 외환 당국의 미세 조정(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달러당 14.5원 오른 1,149.5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도 오전 11시 이후부터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장중 1,931선까지 추락했다.
기관 매수세가 들어와 다시 1,950선까지 회복하기는 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45.00포인트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1,950선을 기록한 것은 브렉시트 공포가 재부각된 지난 7월 6일(1,953.12)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581선까지 떨어지는 등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했다.
관계당국은 이러한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후보 당선이 국내외 금융시장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한편, 만에 하나 급격한 외화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계획 점검에 나섰다. 외환·금융당국과 통화당국도 후속 대응책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점검했고, 정부는 오후 4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오후 5시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긴급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살피고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어 10일 오전 유 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잇따라 열고 시장 동향과 대응계획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