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5개월 연속 연 1.25%로 동결됐음에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은행권의 대출 속도 조절을 압박하자,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나흘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5bp(1bp=0.01%p) 오른 연 1.635%로 지난 1월 28일의 연 1.61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채인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0.2bp 상승했다. 특히 50년물은 연 2.14%로 연중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저금리 장기화로 2%대에서 유지되던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사실상 실종됐고, 최고금리도 5%대 초반까지 치솟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연 3.079~4.779%에서 이날 현재 연 3.435~5.135%로 0.356%p 올랐다.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고금리가 연 5%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연 2.94∼4.24%에서 0.24%p 오른 연 3.18~4.48%를 기록했다. 10월말 주담대 금리가 전월 대비 0.1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연 3.03~4.33%에서 0.12%p 오른 연 3.15~4.45%를 보였고, 지난달 3%를 넘어선 신한은행(연 3.35∼4.65%)은 0.31%p 올랐다.
시장금리의 변화를 반영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이날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80~4.11%로, 10월 말(연 2.70~4.01%)보다 0.1%p 올랐다. 신한은행도 0.1%p 올라 연 3.0~4.30%다.
같은기간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최저금리는 2.85%에서 3.03%로 3%대에 진입했다. 최고금리도 4.33%로 보름 전보다 0.18%p나 뛰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금리도 상승하게 된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12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금리 인상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대출금리 오름세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