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에피소드
/이연주
애 머리가 절반쯤 나오고 있습니다
분만중인 산모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지나치다 싶게 갑자기
호들갑을 떱니다
「머리가 둘은 아니죠? 팔이 셋은 아니죠? 눈, 코, 입,
제대로 다 있는 거죠?」
아기 울음소리가 공기를 찢습니다
의사가 시간을 알립니다
속이 허해진 산모,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애가 이상하면 죽이세요」
에어콘이 붕붕붕붕 탁음을 내며 돌고 있습니다
- 이연주 시선집 ‘최측의 농간’
출산을 경험해 본 여자라면 저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열 달 동안의 태교는 물론 온갖 벅찬 상상들이 한순간에 백지화 된다는 사실을. 오직 열 개의 손가락, 오직 열 개의 발가락, 눈, 코, 입은 제 자리에……. 평범해서 정상적인 아기! 그러나 간절함은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퇴색되는 것일까. 잘 자라는 자식을 향한 어미의 또 다른 욕망이 시작된다. 공부를 잘했으면, 운동을 잘 했으면, 노래를 잘했으면. 만능인간을 꿈꾸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학원을 순례하느라 뛰어놀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제발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