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2년 중국은 1949년 중국공산당 창건 이후 처음으로 서방세계에 문을 열었다.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뚱 중국 주석이 中美정상회담을 북경에서 개최한 것이다. 당시의 중국의 외교적 태도를 세상은 "중국이 마침내 '竹의 장막'(bamboo curtain)을 거두었다"고 표현했다. 그 정상회담의 여러 행사들 가운데, 중국은 서방에 '특별메뉴' 한 가지를 선보였다. 침술(鍼術)이었다. 폐 절제 수술을 받을 환자를 침으로 마취하고 집도하여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환자는 수술 중에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었다. 서방세계는 마치 접시 백 개를 성공적으로 돌리는 마술을 본 관중들처럼 충격을 받고 놀라워했다. 중국은 그렇게 5천년 유구한 역사와 그 시간 동안 쌓인 중화(中華)의 내공을 입증하였다. 좀 의아하겠지만, 지방자치제도와 그 성공은 이 동양의 침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제는 학술용어로 자리잡은 도시침술(都市鍼術. urban acupuncture)이 바로 그것이다. 한 도시의 특정지역을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특별한 기획과 수술환자에게 침을 놓듯이 엄중한 자세로 재생하여 부활시키는 것이다. ◇브라질 꾸리찌바 유엔, 선진국의 권위 있는 연구소들, 하버드대학 등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장터의 냄새가 바뀐다. 파와 마늘의 매운 향 사이로 어딘가 따뜻하고 알싸한 기운이 번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김장철의 도래를 알리는 뿌리, 생강이다. 오늘날에는 차나 조미료로 손쉽게 쓰이지만, 생강은 향을 보태는 재료 이상의 오랜 생활의 감각을 품어왔다. 생강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다. 인도와 중국 남부에서 먼저 재배되었고, 그 독특한 향과 약성이 인정되어 일찍부터 교역품으로 널리 이동했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전후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시대에는 ‘생강소(生薑所)’라 불리는 재배 관리 체계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는 생강이 단순한 부엌 조미료가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다루던 귀중한 농산물이었다는 의미다. 조선 시대에 들어서면 생강은 더욱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전주 생강이 으뜸이며, 담양과 창평이 그 다음”이라 적혀 있다. 특히 전북 완주 봉동의 생강은 지금도 명물이다. 배수가 잘되고 흙이 따뜻해 향과 매운맛이 살아 있어, 조선 시대에는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이었다. 땅 속의 뜨거운 기운이 수라상까지 닿았던 셈이다. 생강의 쓰임새는 유난히 넓다. 약방에서는 몸을 덥
경찰이 인천시와 중구, 인천공항공사 등과 합동으로 지난 2월 27일부터 지난달까지 인천국제공항 무등록 운송 영업 단속을 벌인 결과 466명을 검거했다.(관련기사: 경기신문 4일자 15면: ‘경찰, 인천공항서 무등록 택시 영업 466명 무더기 적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 없이 인천공항에서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을 이용해 승객들을 운송하고 요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총책, 중간책, 온송책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왔다. 그런데 적발된 불법 영업 기사 466명 가운데 87%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인들이 자가용·렌터카로 무등록 콜밴 영업, 일명 ‘흑차(黑車)’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번호판도 흰색을 부착해 합법 콜밴과 구분이 어려웠다. 지난 4월에도 서울 마포경찰서가 여행사 대표 2명과 운전자 61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한 바 있다. 개인 차량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공항에서 숙소까지 돈을 받고 태워준 불법 운송영업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개인 자동차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을 서울 시내 숙소까지 요금을 받고 불법 운송하거나 알선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61명 중 53명은 중국 국적이었고 나머지 7명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트럼피즘(Trumpis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지만 단지 한 정치인의 스타일을 뜻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이유가 담겨 있다. 트럼피즘은 제도나 법보다 감정과 분노가 앞서는 정치다.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반복해서 외칠 때마다 흔들린 것은 언론이 아니라, 세상이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기준 그 자체이다. 트럼피즘은 사실보다 감정, 제도보다 충성, 대화보다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 전반에 퍼진 불신의 징후다. 비슷한 일이 이미 존재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퍼진 매카시즘(McCarthyism)이 그 예다. 당시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는 “정부 안에 공산주의자가 숨어 있다”라고 주장하며 사회의 불안을 자극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아무 증거 없이 빨갱이로 몰렸다. 할리우드 배우, 작가, 기자, 교수까지 의심받았고, 일자리를 잃거나 평생 낙인이 찍혔다. 매카시즘은 단순한 정치 탄압에서 끝나지 않고 공포가 이성을 이기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 후 미국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남았다. 사람들은 말하기를 두려워했고 다른 의견을 내는…
두 시간 동안 서서 ‘독서와 인생’이라는 이희승 선생의 수필을 깜냥에 열강 했다. 지친 몸 이끌고 가서 ‘덕진호수’ 곁 임자 없는 의자에 궁둥이를 얹었다. 수중(水中) 도서관 서쪽 분수대에서 내뿜는 분수 쇼가 볼품이었다. 호수 주변 나무들은 때 늦은 단풍잎과 노을빛이 조화롭게 선명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건너오고 가는 젊은이들 모습은 한가한 낭만 그 자체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걸을 때가 좋았는데… 하고서 노을이 잠기는 호수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한영애 가수의 ‘옛 시인의 노래’가 생각났다.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 사이엔 아무것도- 얼마 후 한국 『고전해학』에 나오는 ‘희청군성(喜聽裙聲)’의 한 대목이 뒤를 잇는다.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같이 있다가 막 헤어지려는데 백사 이항복과 월사 이정귀, 일송 심희수가 동석했다. 술이 은근히 취하자 서로 문장에 대한 품격을 나름대로 논하게 되었는데, 먼저 송강이 말했다. “밝은 밤, 밝은 달빛, 다락 위에서 구름을 가리는 거문고 소리가 제일이지. 그러자 심일송이 “만산홍엽인데 바람 앞에 원숭이 우는 소리가 제격일 걸세
아파트에 입주하고 몇 년이 경과하면 외벽이나 발코니 쪽에 실금처럼 보이는 균열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균열의 폭이 큰 경우에는 당연히 이를 하자라고 주장할 수 있고, 실제 하자 소송에서 이러한 균열은 하자로 많이 인정되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0.3mm 미만의 미세한 균열의 경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한 균열에 대하여 시공사 측에서는 "0.3mm 미만의 미세한 균열이고 누수도 없으니 기능상 문제가 없다"라며 표면만 덮는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하면 된다고 주장을 합니다. 특히 최근 아파트 하자 소송에서는 '층간균열'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층간균열은 시공 과정에서 층과 층 사이 접합부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말합니다. 입주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미관상 결함이 아니라 건물의 내구성과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하자'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시공사 측에서는 표면만 덮는 '표면처리공법'으로 보수하면 된다거나 누수를 막는 '방수키'가 시공되어 있으니 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건설감정실무'(2016년 개정판)에서는 '층간균열'을 일반 균열과는 다르게 취급합니다
APEC이 막을 내렸다. 이번 APEC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외교는 과정보다 최종 결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잠수함 보유 논의를 진전시킨 점은 주목할 만하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성과 여부는 추후 판단해야 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역시 양국 발표 내용에 차이가 있어 현재 시점에서 평가는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회담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선물 교환 과정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이다. 정상 간 선물 교환은 단순한 의례를 넘어 외교적 메시지를 담는다. 선물에 담긴 상징성은 양국 관계의 맥락과 의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이 그의 '꿈'을 상징했듯이, 이번에 시진핑 주석에게 전달한 바둑판 역시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는 11년 전 시 주석의 방한 당시 선물한 바둑알에 이은 것으로, 그의 취미를 고려한 맞춤형 선물이자 외교 관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할 당시에 양국…
디지털 전환은 노동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일은 더 이상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 묶여 있지 않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유연성은 자유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불안정의 또 다른 형태였다. 배달 라이더, 크라우드 워커, 프리랜서, 스트리머 등은 고용되지 않았지만 매일 일한다. 이들에게는 계약서도, 명확한 휴식도, 안정적인 보호망도 없다. 그들은 분명히 ‘노동자’이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책임은 지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플랫폼 노동은 기존의 임금노동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업무는 작고 파편화되어 있으며, 알고리즘이 이를 자동으로 배분한다. 고객 평점, 응답 속도, 작업 완료율 같은 데이터가 일의 기회를 결정짓는다. 평점 하나로 생계가 흔들리기도 한다. 인간의 판단은 사라지고, 수치와 알고리즘이 노동의 질과 가치를 대신 평가한다. 노동자는 더 이상 상사나 동료와 함께 일하지 않는다. 오직 기계와 시장의 명령에 따라, 보이지 않는 코드 속에서 움직인다. 이 노동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롭고 자율적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조선 중기의 대학자이자 선비였던 남명 조식(曺植, 1501~1572) 선생은 평생 권세에 굴하지 않고, 백성을 위한 올바른 정치를 간절히 호소한 인물이었다. 그는 천왕봉(天王峯)이 보이는 지리산 자락 덕산에 산천재(山天齋)를 짓고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며, 임금에게 올린 여러 상소를 통해 부패한 조정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의 상소에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울림을 주는 ‘경고(警告)’와 ‘충언(忠言)‘이 담겨 있다. 1555년 명종에게 올린 을묘사직소에서 남명은 “나라의 근본이 이미 무너지고, 하늘의 뜻과 민심이 떠났다”고 한탄했다. 이는 작년 12.3 불법 계엄을 마주했었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사회의 공정은 흔들리고 있다.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집값 앞에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지만, 상류층의 과소비는 더욱 노골적이고, 불법 부동산 투기와 특혜는 끊이질 않는다. 국민의 고통은 깊어가는데, 지도층은 여전히 말뿐인 개혁과 정쟁에 몰두하고 있었던 셈이다. 남명 선생이 지적했던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천이 없는 정치”가 500년이 지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명은 상소에서 “정치는 사람을…
아직도 기후변화를 음모론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같은 자본가다. 반면에 우리 대중은 기후 변화를 피부로 절실히 느낀다. 4계절이 뚜렷하던 한국은 이제 여름과 겨울 두 철로만 나뉘는 나라가 되었다. 지구촌 여기저기는 잦은 가뭄, 홍수, 산불,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위협받고 있다. 카리브해 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달 말 이 섬에 시속 300km의 허리케인 멜리사가 몰아닥쳤다. 가장 높은 5등급의 이 허리케인은 자메이카를 휩쓸고 쿠바로 올라갔다. 이 열대성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로 황량하고 쓸쓸했다. 자메이카 지방정부 장관 데스몬드 맥켄지에 따르면, 멜리사가 지나간 후 53만 명이 넘는 자메이카 주민들이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15만 명의 세인트 엘리자베스 교구는 물에 잠겼다. 자메이카의 곡창고로 불리는 이곳은 피해 규모가 대단했고 한 병원은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중부 세인트 캐서린에서는 리우 코브레 강이 범람하여 강풍이 울타리와 지붕을 무너뜨렸다. 맥켄지 장관은 “멜리사의 피해는 상당하며, 자메이카 전체가 파괴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