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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대통령 기자회견’ 평가를 평가하기

 

현장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내용을 그날 종합뉴스 시간이나 다음 날 신문에 보도 할 때 기자는 곤혹스럽다. 대통령 기자회견, 그것도 집권 초기 회견은 지지 여부를 떠나 초미의 관심사다. 뉴스 소비자인 국민이 내용을 다 듣고 난 뒤라 뉴스의 생명인 신선도가 떨어진다. 언론사나 기자의 의도를 과하게 담을 땐 왜곡 논란에 휩싸인다.  


뉴스 공급자인 언론은 어려움을 겪지만, 뉴스 수요자인 국민은 언론에 대한 학습과 이해를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대통령의 여러 발언이 언론사에 따라 어떻게 뉴스 가치 우선순위를 부여받는지, 어떤 부분이 빠지고 들어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달 만에 기자회견을 했다. 몇가지 새로운 형식이 눈에 띄었다. 추첨으로 질문자를 정한 거나 타운홀 미팅 방식을 가미한 형식의 변화가 있었지만,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이 대통령에게 할 질문을 사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실 이제까지 대통령의 생방송 기자회견은 사전에 질문 내용이 대통령실에 제공되고 대통령은 모범답안을 말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어찌보면 취재원과 기자단이 짜고 국민을 세련되게 속이는 방식이었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그만큼 파격이었고 신선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역임했던 윤여준 전 더불어민주당 총괄 선대위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은 사전에 질문지를 받아 답변을 준비해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데, 취임 한 달 만에 일체 사전 준비 없이 즉석에서 질문받고 대답했다”며 “청와대 공보 수석을 해본 사람으로서 저런 사람 밑에서 수석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럽더라”고 했다. 무한 찬사였다. 


반면 매일경제신문의 김세형 전 주필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번 기자회견에 대한 평가는 가혹했다. 두 시간 동안 뭘 질문하고 답변을 했다는 건가? 라며 시간을 허비했다고 깎아내렸다. 후배 기자들의 질문 방식을 무자비하게 폄하했다. 듣보잡 언론 소속들이라고 했다. 미국은 큰 언론사에게 발언권이 돌아가고 그들은 학벌도 좋고 20년 이상 출입한 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언론사가 나서서 정권에 코드를 맞출 수 있는 기자를 출입기자로 파견했던 한국언론의 관행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지역신문 기자들의 질문을 빗대 미국은 로키산맥의 골짜기 신문에는 질문기회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발언했던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모욕이었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은 핵심만 답변하는 데 이재명 대통령은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갤럽지지율 65%를 상투일 것이라고 했다. 


14명 기자가 질의에 나섰다. 남녀 각 7명이었고 외신기자도 포함됐다. 지역일간지 3사와 지역주간지도 발언권을 얻었다. 모두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지역 현안이었다. 신생 매체들의 질문도 과거 대통령 기자회견 때 질문에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질문자 가운데는 지난해 12월 13일자 사설에서 ‘국민의힘, 윤 대통령 탄핵 반드시 저지해야’라고 했던 아시아투데이 기자도 포함됐다. 일본의 극우신문 산케이신문도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런 언론사가 발언기회를 얻었기에 기자회견은 더 돋보였다.


기득권에 매몰된 듯한 김 전 주필의 평가를 보면서 ‘여산(廬山)의 진면목을 보지 못하는 까닭이 내 몸이 여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설파했던 소동파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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