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가 유럽 현지를 떠나 오늘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정씨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31일 오후 3시쯤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인 정씨는 입국하는 대로 검찰이 즉시 체포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 정유라씨는 어머니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진솔하게 밝히고 매우 직설적인 편이다. 그래서 정씨의 입이 판도라 상자를 열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선실세’ 최순실씨(65)는 지난 29일 열린 공판에서 딸 정유라(21)씨의 강제송환과 관련해 검찰 측에게 “딸한테 협박하는 식으로 하지 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혹시라도 삼성의 승마 지원과 관련해 자신에게 불리한 구체적인 진술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일 수도 있다. 삼성 합병과 관련해서도 “반대급부로 유연이(정유라) 승마 등 해줬다고 하는데, 사실 박근혜 대통령 지갑에는 1천원 들어간 것도 아니다”며 “어떤 이익도 본 게 없는데, 그것을 연관시키는 게 특검의 특수성”이라고 반발했다. 증거를 대라며 “유연이(정유라)도 자꾸 죽이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씨 측근이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유라씨를 럭비공에 비유한 적이 있다. 여과없이 이야기하고, 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어떤 진술을 할지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를 털어놓고, 삼성의 승마 특혜 배경에 대해 결정적인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비리 건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정씨의 진술 여하에 따라 재판과 조사가 달라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히 31일은 최씨와 이화여대 최경희 전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의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 의혹의 공범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정씨 관련 사건의 1심이 사실상 매듭 국면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씨가 조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한다거나 모든 걸 최순실씨에게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무튼 정유라씨의 귀국이 검찰수사나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심이 크다. 또한 이화여대 비리에 국한하지 않고 뇌물수수, 국외재산 은닉 의혹 등 전반적인 재수사를 할 것인지는 검찰이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