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원찬
방안에 스며들어 눈뜬다
아무 곳에도 머무르는 법 없는 그녀
가만가만 들어와 길게 눕는다
천지간에 아무 소리 없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 흩날리는 소리 들릴 뿐,
찾아줘서 고맙고 반갑다
-시집 ‘귀가 운다’에서
세상에 휩쓸려 살다보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고 고요로부터도 멀어진다. 침잠하여 반성하면서 나를 돌아볼 여유도 사라진다. 눈 내리는 겨울밤, 시골집 방에 앉아 소리 없이 창호지를 밀고 들어오는 달빛을 붙잡아 그 달빛과 대화하며 놀고 있는 시인의 대단한 필력에 세삼 감동한다. 이 달빛과의 소통은 어디에서 왔을까. 외로움이었을까. 명상 탓이었을까. 아니면 타고난 감성 탓이었을까. 아니다. 잡다한 세상사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 자연의 무수한 소통거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