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동 (梧柳洞)의 동전(銅錢)
/박용래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
한때 나는 한 봉지 봉어빵였다가
한때 나는 좌판坐板에 던져진 햇살였다가
中國집 처마밑 조롱鳥籠 속의 새였다가
먼 먼 윤회輪廻 끝
이제는 돌아와
梧柳洞의 銅錢.
-박용래 시전집<먼바다 / 창비 1984년>
오류동은 대전에 있는 동네 이름이고 박용래 시인이 살았던 곳이다. 그 오류동의 동전으로 먼 먼 윤회 끝 돌아왔다고 한다. 솜과자 붕어빵 좌판의 햇살, 모두 변두리 것들 동전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다른 시 ‘저녁눈’에서도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고 했다. 자신은 끝까지 길거리 떠돌이 인생이라는, 돌아보니 문득 자신의 인생이 그 동전을 닮았다는 뜻일 게다. 그래서 동전을 윤회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