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현장을 가다
양주시 남면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음악교사·농부 의기투합 2009년 탄생
10~70대 전문 음악가부터 군인까지
다양한 직업·나이의 단원 47명 구성
단원들 간 믿음·배려가 ‘장수 비결’
콜라보 연주로 틀 타파 음악단체 명성
맞춤투어 등 독특한 10주년 공연 예고
아름다운 선율과 유려한 리듬으로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는 예술 단체가 있다.
음악이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지역주민이 모여 창단한 ‘양주윈드오케스트라’다.
잘 가꿔진 정원과 드넓은 잔디구장이 어우러져 수려함을 뽐내고 있는 남문중학교 교정이 그들의 보금자리다.
양주시 남면에 울려 퍼지는 음의 흐름을 따라 남문중학교 음악실에 들어서면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구성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악기를 전공한 전문 음악가는 물론 사업가와 주부, 농부, 심지어 군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과 사연을 가진 47명의 구성원이 음률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09년 남면의 시골 마을에서 화훼농원을 운영하며 취미로 색소폰을 연주하던 고정택 단장과 남문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인 심재선 지휘자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게 됐다.
이들은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음악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두 사람과 지역 주민이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창단 당시 재원이 부족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십시일반 단원들이 모은 사비로 악보를 구입해 연주회를 할 수 있었고, 운 좋게도 연습실과 악기는 지역의 남문중학교가 제공해 주고 있어 ‘따복(따뜻하고 복된) 공동체’의 표본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심재선 지휘자는 “전국에 우리와 같은 성격의 많은 오케스트라가 창단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이슬처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단원들 간 믿음과 배려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러던 중 양주시가 ‘경기도 따복공동체 지원 사업’에 공모할 것을 적극 제안했고, 이에 지원 대상 단체로 선정된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도의 재정 지원을 받아 음악 전문가를 초빙, 구성원 모두가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전문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이로 인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음악회를 기획하는 등 현재까지 9회의 정기 발표회와 지역 축제 및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간 20여 회에 걸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양주시 대표로 ‘경기도 주민자치 문화예술 축제’에 참가해 우수상을 거머쥐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안보 요충지로서 관내 4개 육군 사단이 주둔하는 양주시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군이 함께하는 음악회를 기획, 군과 함께 ‘따뜻하고 복된’ 연주를 6년째 이어오고 있다.
또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기존의 획일적인 공연을 뛰어넘어 국악인과 함께하는 콜라보 공연은 물론 단원들의 퍼포먼스가 있는 공연, 장르 구분 없는 공연 등 기존에 없던 획기적이고 독특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지역사회에 선보여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재미가 있는 음악 단체’라는 명성이 파다하다.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하는 양주윈드오케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독특한 공연을 예고했다. 1읍·4면·6동으로 구성된 양주시 각 행정구역마다의 특색을 살린 연주회를 기획해 양주시 투어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양주윈드오케스트라 고정택 단장은 “우리 공동체가 화합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 실현에 성공적인 롤 모델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공동체 모임이 활성화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우리 오케스트라 또한 내부적으로는 연주 실력을 향상시켜 질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외부적으로는 좀 더 흥미로운 아이템 개발에 힘써 많은 지역 주민이 사랑하는 음악 단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음악 인구 저변 확대를 통해 주민이 거리감 없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앞으로의 20년, 30년, 더 나아가 50주년 기념음악회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모든 양주시민이 문화 혜택 누릴 때까지 연주 멈추지 않을 것”
심 재 선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
“음악을 좋아하는 주민은 음악가로서 무대에 서서 좋고, 관객으로서의 주민은 이웃이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위로를 받아 좋은 이상적인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죠”
고정택 단장과 함께 양주윈드오케스트라 창단의 일등공신인 ‘심마에’ 심재선(44) 지휘자(사진)는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학교에 부임할 당시 경기도에 이런 시골이 있는지 몰랐다”며 “적막한 시골 마을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논과 밭, 그리고 노인과 군인뿐이었다”고 운을 뗐다.
경북 청송에서 나고 자라 안동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7년 남문중학교 음악 교사로 부임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 마을의 한 화훼농원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듣게 된 것은 그가 교사로 부임한 뒤 오랜 기간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심 지휘자는 당시 고 단장의 색소폰 소리를 듣고 “진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화훼농원을 운영하며 취미로 음악을 하고 있던 고 단장에게 “음악의 꽃도 한 번 피워보지 않겠느냐”며 설득했고, 이에 고 단장이 “고된 농사일로 지친 마을 주민의 심신을 달래줄 수 있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답해 지난 2009년 지역의 명물로 발돋움 한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그는 “당초에는 동아리 형식의 소모임을 계획했지만 평소 악기에 관심 있던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관심이 모여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시냇물이 모여 결국에는 바다를 이루듯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색소폰이나 플루트를 다룰 수 있는 주민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트롬본, 튜바, 호른과 같은 특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주민을 찾기 어려워 난감했다”며 “처음부터 악기를 가르치는 수밖에 없었다”고 태곳적 어려움도 전했다.
나아가 그는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지역사회를 위해 연주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모두가 하나 된 마음이었기에 양주윈드오케스트라가 빛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끝으로 심재선 지휘자는 “지역사회에 ‘나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모든 양주인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그날까지 윈드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민기자 wal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