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측-수거업체 대립 심화
4월 시작과 함께 시작된 재활용품 수거 거부로 촉발된 ‘쓰레기 대란’에 청와대가 나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폐플라스틱 수거 중단과 관련한 도내 일부 아파트의 재활용품 수거업체와 아파트 관리사무소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도내 상당수 지자체가 위탁업체를 통해 직접 수거하는 폐비닐과 스티로폼과 달리 아파트단지별로 수거업체와 별도 계약을 맺고 수거를 맡기는 폐플라스틱의 경우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마저 요구된다.
4일 도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수거업체 등에 따르면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최근 수거업체 대표로부터 파지와 고철, 병 등은 계속 수거하겠지만 폐플라스틱은 더는 수거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대화에 나섰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정해진 기간 플라스틱 수거 내용이 계약서에 엄연히 명시돼 있다고 따졌지만 법대로 해보자는 말에 별 소득이 없었다”면서 “계약에 따르면 페트병 배출 시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상표 등 다른 재질도 제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당수 입주민이 잘 지키지 않다 보니, 아무리 신경 써 버리더라도 원칙적으로 따지고 들면 할 말이 없는 건 우리”라고 토로했다.
B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B아파트 관리소장 C씨는 플라스틱만 수거하지 않겠다는 업체 측에 항의했지만 “우리도 버릴 곳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C씨는 “다른 수거업체를 찾아보려 해도 다 같은 입장이라 달라질 것도 없고, 계약대로 이행해 달라고 따졌으나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이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수거업체는 폐비닐이나 스티로폼을 수거하는 지자체 위탁업체들처럼 보조금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더는 수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D수거업체 관계자는 “중국의 폐자원 수입규제에 더해 재활용 폐기물 선별업체의 폐업이 늘어나는 등 업계 전체에 운영난이 심각하다”라며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아파트에는 미안한 입장이지만 플라스틱 수거 거부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거업체 관계자도 “중국의 수입규제도 문제지만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입고량의 40%가 쓰레기일 정도인데다 선별장이 문 닫고 수거업체들이 플라스틱을 갖다 맡기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라며 “작년부터 지자체 등에 중국 금수조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무시하더니 문제가 불거지자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계약을 이행하라고 설득해 달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에는 재활용 폐기물은 지자체가 책임지게 돼 있다. 지자체가 나서서 해결하기는커녕 아파트와 업체간 싸움을 붙이고 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아직 폐플라스틱 수거 중단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대한 원만한 협의를 유도해본 뒤 그래도 안되면 일부 다른 지자체처럼 플라스틱을 시에서 직접 수거하는 방안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