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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휴교” 마음 불편한 ‘스승의 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선물 일일이 거절 ‘진땀’
“추락한 교권 허울좋은 기념일”

‘차라리 폐지하여 주십시오’
청와대 청원 참여 2만명 육박

도내 학교 24곳은 휴교 결정

‘하늘같은’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스승의 날이 사제지간 불신을 조장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관련기사 18면

여기에 교권은 무너지고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도한 법 해석 등으로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겐 1년 중 가장 불편한 날이 됐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수원의 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한숨과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미 ‘선물을 포함해 카네이션까지 전달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돌렸지만 이날도 학생과 학부모의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선물 못 받는다’는 당부에 바쁜 모습이다.

지난 2016년 9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선물이나 카네이션은 물론 캔커피 하나까지도 위법인 상태에서 녹음기 마냥 ‘안 된다’라고 안내하는 것 역시 지친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만 2천500여 건으로, 폭행과 욕설에 교사 성희롱까지 이어지면서 땅으로 추락한 교권에 스승의 날은 허울좋은 기념일이라는 교단 안팎의 자조섞인 탄식도 나온다.

차라리 휴업을 하거나 스승의 날을 폐지하는 게 답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15년차 초교 교사라는 김모(여·40)씨는 “선물은 안 받는 게 당연하지만 스승의 날 전후로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아이들 대상의 청렴교육과 학부모 대상 청렴연수를 하다 보니 괜히 주눅이 든다”라며 “이제 편지도 받지 말라는데 일일이 거절하는 것도 힘들고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인양 불신을 조장하는 것도 모자라 두눈 치켜뜨고 감시하는 사회적 인식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수원의 한 초교 교사 이모(여·30)씨는 “교사 빗자루 폭행사건 등 교권이 무너진지 오래인데 ‘선물금지’ 가정통신문도 모자라 의미 없는 행사 위주의 스승의 날을 걱정해야 하니 안타깝다”라면서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소명의식 투철한 교사로 살아가고 싶다는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스승의 날을 폐지하여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왔고, 해당 글에는 이날 기준 1만774명이나 청원에 참여했다.

카네이션이나 선물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 학교들은 아예 재량 휴교를 하기도 한다. 경기도내에서는 안산 송호초, 화성 예당중, 구리고 등 초·중·고 24곳이 15일 휴교한다.

도내 한 학교 관계자는 “각종 우려와 부담 때문에 4~5년 전부터 스승의 날 재량휴업을 하고 있다”며 “교사에 대한 존경이 사라진 변화가 서글프지만 내년부터는 사제의 정을 키우기 위한 탁구대회나 음악회 등의 사제 간 활동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스승의 날은 지난 1958년 충남 강경여중고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환 중인 선생님 위문과 퇴직 스승 위로활동을 했던 것이 계기가 돼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가 처음으로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행사를 개최한 뒤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해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는 전국적인 기념일이 됐다.

이후 1973년 ‘촌지’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의 사은행사 규제 방침에 의해 폐지했다가 1974년 이후 지속적인 부활 여론 조성 등으로 1982년 국가기념일이 됐다. /백미혜기자 qoralg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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