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을 정도만 에어컨을 틀며 살고 있어요.” 세아이를 키우며 주로 집에서 생활하는 김이수(38·여)씨의 말이다.
폭염으로 인해 온열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속에 유독 주택용에만 가해지는 전기료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현재 일반 가정에는 1970년대 만들어진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다.
누진제는 일정량 이상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기본료가 올라가면서 전기료가 급증하게 되는 구조로, 시민들은 생활의 필수품이 된 에어컨조차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실정이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설연(39·화성시 봉담읍)씨는 “아이들이 어려 아직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고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더워해 에어컨을 가동했다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지금같은 날씨가 이어지면 에어컨을 안 켤 수도 없고,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또 “지금도 에어컨 전원 버튼에 손을 대려면 손가락이 떨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련 청원이 줄을 잇고 있다.
주로 ‘7·8월에는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내용이다.
관련 댓글에는 ‘자살하고 싶은 날씨다’,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은 꿈도 못 꾼다’, ‘xx같은 한국전력사는 에어컨 펑펑 틀어서 춥다고 옷도 껴입고 있더라’는 비난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수원 오목천동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6)씨는 “전기료 부담으로 집에서는 35도가 넘는 날씨도 견디는데,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수원역 인근 상점들이 문을 개방하고 에어컨을 트는 현실을 보면 화가 난다”며 “1970년대 정책을 지금까지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한전에서는 몇차례 개정을 했지만 여전히 일반 가정은 누진제 체계로 인해 에어컨을 켜기에도 고민이 깊은 곳이 대다수로 더위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와 같은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 한시적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시민들의 불만에도 전기요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에서 산업용 전기에 대한 일부 개편 의지만 밝혔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