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라도 왔으면 좋겠다. 숨을 못 쉴 더위에 하다하다 이제 태풍을 기다린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 더위는 좀 가져갔으면 좋겠다”
2주 넘게 이어지는 사상 최악의 폭염에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과 누리꾼들이 태풍 북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아이러니한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 괌 북서쪽 약 110km 떨어진 해상에서 제12호 태풍 ‘종다리’가 발생해 현재 시속 14km로 북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종다리’는 오는 27일 오전 3시 괌 북북서쪽 약 1천220㎞ 부근 해상까지 올라왔다가 일요일인 29일 일본 도교 남남동쪽 약 160㎞ 부근 해상으로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30일 오전 3시에는 독도 동쪽 약 350㎞ 부근 해상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돼 다음 주 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태풍은 찜통 더위의 원인인 북대평양고기압이 위치한 일본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 폭염이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
국가태풍센터 관계자는 “태풍이 소멸하는 시점에 동해 상에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다만 아직 발생 초기라 변수가 많고, 기압계가 언제든 바뀔 수 있어 우리나라 내륙에 상륙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태풍 종다리의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평소 같으면 태풍 피해를 걱정하겠지만 폭염에 지친 시민과 누리꾼들은 태풍 종다리가 폭염의 해결사가 되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농민 김모씨는 “작년에는 가뭄으로 한참 크던 옥수수와 고구마, 콩 등이 말라 죽었는데 올해는 찌는 더위에 작물들이 타 들어 가고 있다”며 “해마다 이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이러다 밭농사는 접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인데 태풍이라도 슬쩍 지나가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도 “오죽 더우면 오지도 않은 태풍이 올 수도 있다는 말도 반가운지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다”며 “잠시 시원하게 해 주고 갔으면 하는 생각으로, 행여 태풍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종다리’는 북한에서 제출한 한글 이름으로 새 종다리를 의미한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