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남자 수영 국가대표 등이 여자 선수들의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는 이른바 ‘수영선수 몰카’ 사건의 2심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영상과 다른 영상을 추가로 내놓았다.
수원지법 형사6부(김익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수영 국가대표 출신 정모(26) 피고인과 4명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동영상이 담긴 USB 1개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경기도의 한 체육고교와 충북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을 몰래 촬영한 영상으로 검사는 “피고인들 모두가 관련된 영상”이라고 말했다.
피고인 5명이 촬영했다는 뜻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재판에서 13분 38초 분량의 동영상이 담긴 CD 1장을 증거로 제출해 정 피고인과 최모(28) 피고인이 2013년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SB와 CD에 담긴 영상에는 몰카를 설치한 피고인 일부와 복수의 여자 선수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일부 피곤인이 몰카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한느 모습과 신원이 확인됐고 여자 선수들은 뒷모습만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원지법 형사9단독(반정모 판사)는 “자백은 했지만 자백보강법칙에 따라 자백을 보강할 추가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다른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자백보강법칙은 자백 외에 다른 보강증거가 없으면 자백한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다.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별다른 추가증거를 내놓지 못해 재판부는 지난 8월 재판을 마무리하고 선고기일을 잡았다.
그러나 문제의 영상이 담긴 CD와 USB를 잇따라 증거로 제출해 재판은 재개됐고 어이질 재판에서 이들 영상을 범행 증거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며 1심과 2심의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정 피고인의 자백 등을 근거로 2009~2013년 6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체육고교 1곳과 진천선수촌의 여자 수영선수 탈의실에 만년필 형태의 몰래카메라를 선반 위에 올려놓는 수법으로 여자 선수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2016년 11월 정 피고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피고인 등 다른 선수들은 정 피고인이 여자 선수들이 없는 시간을 노리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동안 탈의실 밖에서 망을 보는 등의 방법으로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정 피고인 등은 앞서 열린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이 사건은 2016년 8월 정 피고인의 노트북에 있는 몰래카메라 영상을 지인에게 보여줬다가 지인이 이 사실을 수사기관에 전하면서 알려졌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