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가 내려 미세먼지가 좀 사라졌나 했는데, 어제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마스크가 소용 있는지 의문이에요.”
경기도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7일 아침, 수원 송죽동에서 출근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뿌연 하늘을 가리키며 마스크를 쓴 채 이같이 말했다.
같은 시간 수원 장안구 내 한 중학교 앞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하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A군(중3)은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 마스크를 썼는데, 코가 간질간질하고 목이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며 “하늘을 보니 미세먼지가 많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차를 몰고 나온 시민들도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지가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안구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한 시민은 “버스와 지하철을 3번 갈아타야 직장에 가다보니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며 “그렇다고 계속 마스크를 쓰기도 뭐하고, 효과도 의문이다. 이런 날은 특히 고민이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가 기준치 이상으로 오른 7일 공공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실행하고, 2.5t 이상 경유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등 비상저감조치에 나섰다.
경기도청 입구에 청원경찰이 배치돼 짝수 번호 차량의 진입을 막으면서 청사 진입을 못한 짝수번호 차량들로 인근 도로에 때아닌 주차난이 벌어졌다. 주변 도로에 짝수번호판을 달고 주차한 차량이 넘쳐났으며 자가용을 몰고 왔다 차를 돌려세우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도 관계자는 “직원들의 차량 2부제 위반시 패널티를 적용하고 있다”며 “비상저감조치가 생소했던 올해 초와는 달리 몇 차례 거치면서 정착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왕래가 빈번한 역전, 정류장 등은 곳곳에서 기능성 마스크를 파는 상인들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계속되는 기침에 마스크를 산 정수연(24·여)씨는 “기침이 계속 나오고 목안에 무엇인가 막혀있는 것 같아 눈에 보여 급하게 구입했다”면서 “마스크를 깜박하고 못 챙겼는데 이렇게 심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벌써 마스크가 전량 매진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이틀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50㎍/㎥ 초과할 때 발령된다.
7일 오후 경기도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남부권이 82㎍/㎥를 나타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6일에 이어 7일까지 극심한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뒤덮으면서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7천408개 행정·공공기관은 임직원 52만 7천명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했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