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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절세의 고수

 

 

 

절세의 고수

                            /원종태

늙은 소를 앞세우고

젖먹이 하나 등에 붙었다

몸뻬바지에 닿을 듯 말듯 아이 하나

긴 목 위에 양동이를 이었는데

넘치는 물은

흔들리는 바가지로 누르고 먼 논두렁길

초승달같이 저어 가는

천 년에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징검다리에 주저앉아

떠내려간 고무신 한 짝에 울 때

물 위를 걸어서 건져오던 여자

아이들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는데

하늘을 걸어서

늙은 나무에 걸린 꼬리연을 타고 오던

절세의 고수

- 시집 ‘빗방울 화석’ / 푸른사상

 

 

한마디로 무릎을 탁 치게하는 시다. 고수라니, 그것도 절세의,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보아와서 당연시하던 우리 어머니들의 옛모습이다. 고수라는 말을 다시 찾아보았다. 바둑이나 장기 따위에서 수가 높음이라고 적혀있다. 또 어떤 분야나 집단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도 적혀있다. 우리는 그동안 우리 생존의 바탕을 이루는 가장 절대적이고 헌신적이었던 고수를 몰라보고 푸대접하고 허술하게 보내버렸다는 생각이다. 함께 살던 삶의 터전 사라져 버렸어도 하늘을 걸어서 늙은 나무에 걸린 꼬리연을 타고 와 불현듯 눈물 차오르게 하는 그리운 고수를, 시인의 독백처럼 천 년 후에나 다시 한 번 볼 수 있을까? /최기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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