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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부여행 1

 

 

 

부여행 1

/김기준

부여로 가자고 했다

눈 내리는 백제의 아침까지

두 손 잡고 걸어서 가자고 했다

발목이 시려 갈 수 없는

빙하기 하늘 아래 땅이어도

꼭 함께 가자고 했다

나래 소리 그리운 사공의 손놀림이야

겨울 중간쯤 멈춰 서면 그만,

봄빛 따스한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가다가 비라도 내리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주막에 들러 쉬어 가자고 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어도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면

중천(中天)에 그리운 집 한 채를 짓자고 했다

차라리 그렇게 살자고 했다

 

 

 

 

서동과 선화공주, 낙화암과 백제의 마지막, 그리고 부소산성과 고란사와 계백 등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부여에 가고 싶다. 눈 내리는 백제의 아침까지, 아니 아니, 빙하기의 하늘 아래 발목이 시려 더 이상 한 발짝도 더 걸을 수 없다고 해도 나는 기어이 가고 싶다. 가다가 맞는 봄빛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사랑 하나만 믿고 중천에 집 한 채 지어놓고 그렇게 부여에 가고 싶다. 부여에 살고 싶다. 저녁마다 서동과 선화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계백의 용맹함과 충정을 손자에게 들려주며 그렇게 한 생을 부여에 살고 싶다. 백마강 달빛 아래 배 띄우고 이백이 노래했다는 일곱 개의 달을 따라 흔들리면서...나는 기어이 부여에 가고 싶다./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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