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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적

/복효근

마을 어귀 시멘트 포장길에
개 발자국 몇 개 깊숙이 찍혀 있다

개는 덜 마른 시멘트 반죽 위를
무심코 지나갔겠으나 오래도록

‘개새끼’ 소리에 귀가 가려웠겠다

선승이나 개나 발자국 함부로 남길 일 아니다

-복효근, 계간 『시와소금』 테마詩‘발’

 

 

 

 

참 쉽고 명쾌한 시다. 그러면서도 단박에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하는 위트 있는 시다. 어쩌다 개는 밟지 말아야 할 곳을 밟았는가. 찍지 말아야 할 발자국을 몇 개씩이나 깊숙이 찍어 놓았는가. 물론 개는 개이기에 장소 구분이 없다. 들어갈 곳과 들어가지 말아야 곳의 분별력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동물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님을 이 시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우리의 행동이란 이렇듯 중요하다. 어느 위치에 있건 그와는 상관없이, 누구든 행하는 그 일말의 일들로 남게 되는 발자국,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그것은 항상 조심해야 할 나만의 처신이자 오래도록 남아있을 자취다. 하여 이 시는 쉽고 짧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는, 묵중한 울림이 있는 시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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