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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장에 터 잡은 '브루어리', 맥덕들 사로잡은 비결은?

人SIGHT [코로나19, 희망은 있다] '펀더멘탈 브루잉' 김장희 대표
폐공장,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태어나다
오프 플레이버 없이 깔끔하고 높은 품질
'밀크 IPA', '화이트 스타우트' 등 이색 맥주도

 

어둠이 짙을수록 아주 작은 불씨도 밝은 빛이 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를 밝히려고 애쓰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있어 소개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기를 바라며. [편집자 주]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펀더멘탈 브루잉’은 옛 인성전자 제조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수제맥주 양조장이다. 아직 창업한지 2년도 되지 않은 브루어리(맥주 공장)지만, 개성 있고 품질 좋은 맥주로 소위 ‘맥덕(맥주 애호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인지도를 쌓고 있다.


김장희 펀더멘탈 브루잉 대표는 미국 유학 시절 수제맥주의 매력에 빠졌고, 직장을 다니다가 영국과 독일에서 맥주를 배워 양조장을 차렸다. 이제는 서울·경기뿐만 아니라 대전·대구 등 전국 곳곳에 위치한 수제맥주 펍에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Q. 수원시에 위치한 옛 공장 부지를 양조장으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처음에는 서울 쪽을 알아보다가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브루어리 장소를 알게 됐다. 원래 식품 제조를 하던 공장이 아니다 보니 수압이 약하거나 건물 방수가 덜 되는 등의 단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부지가 널찍한 것도 좋고, 에어 컴프레셔 같은 제조공장에서 쓰던 물건을 계속 쓸 수도 있다. 인테리어 비용이 덜 든다는 것도 장점이고. (웃음)”

 

영국의 대표 맥주 기네스는 1759년 아일랜드 더블린 부둣가의 폐공장을 연 9만원이라는 헐값에 임대하면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한 육류 포장업체 공장을 개조해 만든 미국 뉴욕주 미들타운 이퀼리브리엄 양조장은 전국적 관광명소가 됐다.


펀더멘탈 브루잉 역시 과거 전자제품을 생산하던 공장에서 이제는 말끔하고 세련된 브루어리로 변신했다. 영흥공원에 조성된 숲을 끼고 있는 데다, 트렌드로 떠오른 ‘인더스트리얼(공장형)’ 인테리어로 SNS에도 종종 ‘인증샷’이 올라온다.

 

Q. 위치가 시내 중심가와는 꽤 떨어져 있는데, 펍을 운영하기는 어렵지 않나.


“양조장으로서는 유통이 편리하지만, 펍으로서는 그다지 입지가 좋지 않다. 주변에 연계된 관광지가 있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걸어서 오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최근에는 동네 아파트 거주민들이나 삼성전자 등 주변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찾아온다. 양조장은 소매를 같이할 때 강점을 가진다고 본다. 만든 맥주를 여기서 소비할 수 있고 시음하는 손님들의 반응도 살필 수 있다. 손님들도 양조장을 보면서 마실 수도 있으니 좋아한다."

 

 

Q. 바야흐로 수제맥주 ‘춘추전국시대’인데 신규 브랜드로 시장 진입이 어렵지는 않았나.


“수제맥주가 인기를 얻고 있긴 하지만 아직 시장이 많이 커지지는 않았다. 어떤 양조장이 생기면 소위 '맥덕'이라고 하는 얼리어답터들이 먼저 눈여겨본다. 이들이 맛있다고 하면 처음에 이름을 알리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시작부터 좋은 퀄리티의 맥주를 내놓은 덕분에 운 좋게 짧은 시간 내에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다.”

 

좋은 맥주는 ‘오프 플레이버’(이취)가 없어야 한다. 발현되어서는 안 되는 풍미가 나는 경우인데, 김 대표는 이런 '오프 플레이버'가 없다고 자신했다. 

 

Q. '펀더 멘탈브루잉'만의 독특한 맥주나, 다른 곳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을까?


“먼저 기본기에 충실한 맥주를 만들면서, 클래식한 맥주와 실험적인 맥주를 갖췄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건 ‘해태’ 필스너다. 우리 아이들 이름 앞글자를 따서 지은 첫 맥주다. 거창하지는 않지만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철학으로 만들었다.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맥주도 있다. 이를테면 ‘화이트 스타우트’는 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다. 또 사람들이 좋아할 맥주를 궁리하다 달큰하게 만든 ‘밀크 IPA’도 마니아적인 인기가 있는 맥주다.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재밌게 여겨 사업에도 도움이 됐다.”

 

 

Q. 코로나19 사태로 주류업계가 타격을 입었는데, 힘들지는 않았나.


“한창 코로나19가 정점이었던 2~3월에는 많이 힘들었다. 맥주 유통도, 펍에 오는 손님도 줄면서 매출이 대략 30% 감소했다. 직원들이 먼저 무급휴직을 제안할 정도였지만 조금만 더, 하면서 버텼더니 조금씩 회복했다. 앞으로 이만한 부침이 또 올 때가 있을 텐데, 힘겹지만 버티면서 나아가다 보면 배워가고 얻는 게 있지 않을까."

 

Q. '펀더멘탈 브루잉'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먼저 우리가 만든 맥주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목표다. 펍에서든 밖에서든 사람들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또 다른 목표는 야생효모, 박테리아 등을 장기 숙성해 만드는 ‘배럴 에이징’ 맥주다. 교차오염 등을 걱정해 안 하려는 곳도 많지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배럴 에이징이 한국에서 양조장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어떻게 버티느냐는 질문에 김장희 대표는 ‘존버(끈질기게 버틴다는 뜻을 가진 속어)’했다고 말했다. 그의 ‘존버’ 이면에는 내내 홈브루잉을 하고 영국,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쌓아 올린 내공과 기본적인(Fundamental) 품질에 충실한 맥주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맥주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열정을 갖췄다. 모두가 ‘존버’하는 이 시기, 내공과 열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 경기신문 = 편지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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